‘安宅不居(안택불거)’라는 말이 있다. ‘安’은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平安(평안)’은 ‘평화롭고 편안하다’라는 말이다. 예전의 편지글에 많이 사용하는 ‘尊體萬安(존체만안)하옵소서’라는 말은 ‘존경하는 귀하의 몸이 만 가지로 편안하소서’라는 말이다.
‘宅’은 ‘집’이라는 뜻인데, 무덤은 영원한 집이므로 ‘무덤’이라는 뜻이 생겼다. ‘宅地(택지)’는 ‘집을 짓는 땅’이라는 말이며 ‘住宅(주택)’은 ‘사는 집’이라는 뜻이다. ‘住’는 ‘살다’라는 뜻이다. ‘幽宅(유택)’은 무덤을 높여 부르는 말인데, 이는 ‘幽’에 ‘그윽하다, 숨다, 멀다, 아득하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의미를 살리면 ‘幽宅’은 ‘그윽한 집, 멀리 있는 집, 아득한 집’이라는 말이 되는데, 곧 무덤을 의미한다.
‘不’은 ‘하지 않다’라는 뜻이다. ‘居’는 ‘살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冬安居(동안거)’는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승려가 외부 출입을 삼가고 수행에 힘쓰는 기간을 말한다. ‘冬安居’는 ‘겨울에 편안하게 거주하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安宅不居’는 ‘편안한 집을 두고도 그 집에 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욕망을 줄인다면 인생을 편안하게 사는 길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런 편안한 길을 두고도 욕망 때문에 우리는 더러더러, 아니 너무나 자주 결코 편안하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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