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한국인의 노래만 들렸다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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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남자 성악 부문을 석권한 한국인 바리톤들. 왼쪽부터 문정현 허종훈 양태중 이응광 씨. 사진 제공 문정현 씨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남자 성악 부문을 석권한 한국인 바리톤들. 왼쪽부터 문정현 허종훈 양태중 이응광 씨. 사진 제공 문정현 씨
“최종 결선에서 한국인 바리톤 4명만 연달아 등장하니까 현지인들이 굉장히 놀라더군요.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워낙 노래를 잘한다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문정현·28·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국제콩쿠르의 남자 성악 부문에서 한국인 바리톤 4명이 모든 상을 휩쓸었다.

19일 아테네의 메가론 무시키스 콘서트홀에서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바리톤 문정현 씨가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으며 양태중(31·독일 로스코크 국립음대) 씨가 3위에 올랐다. 이응광(26·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 씨와 허종훈(28·스페인 바르셀로나 거주) 씨는 공동 4위에 입상했다.

문 씨는 2002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만하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에서 루돌프 피에르나이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쾰른 음대 주최 국제콩쿠르에서 모차르트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네덜란드 케어그라데 국제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학 와서 노랫말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배우긴 했지만 성악의 기본적인 테크닉은 모두 한국에서 배운 것”이라며 “독일의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설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들은 모두 국내에서 동아음악콩쿠르를 통해 유망주로 발굴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문 씨는 2003년 동아음악콩쿠르 1위, 이 씨는 2005년 2위, 양 씨와 허 씨는 각각 1999년과 2005년 최종 결선에 진출한 바 있다.


▲ 이응광씨 2005년 동아음악콩쿠르 2위 입상 모습

문 씨와 이 씨의 스승인 김성길 서울대 음대 교수는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은 타고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표현력을 갖춰 세계 오페라계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며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전 동아국제음악콩쿠르)에서 성악 부문이 처음 열리는데 한국이 세계 성악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리스 출신의 마리아 칼라스를 기념하기 위한 이 콩쿠르는 1977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인 성악가 중에는 2003년 베이스 손혜수 씨가 그랑프리를 차지했고 2005년에는 테너 김세일 씨가 2위에 오른 적이 있다.


▲ 허종훈씨 2005년 동아음악콩쿠르 참가 모습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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