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만화 같은 재미, 노래는? “…”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 입력 2007년 3월 21일 0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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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다온커뮤니케이션
사진 제공 다온커뮤니케이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두 종류의 관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원작 만화를 보고 온 만화독자 관객, 그리고 만화를 보지 않은 일반 뮤지컬 관객.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관객을 상대해야 한다. 요즘 연극계 스타 연출가로 부상한 ‘박근형’의 이름에 끌려 온 연극 관객.

9일 막을 올린 이 소극장 뮤지컬은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만화를 본 관객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특히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두루 호평 받았던 연극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만든 박근형 연출가의 첫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 기대를 건 관객의 아쉬움이 가장 클 듯하다.

백수 청년 캣츠비와 6년간 사귄 페르수는 돌연 중년 남자와 결혼한다. 페르수를 못 잊는 캣츠비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 선, 유부녀 몽부인과 사랑에 빠진 캣츠비의 친구 하운드의 이야기가 2시간 분량으로 압축돼 펼쳐진다.

소극장에 익숙한 연극 연출가의 작품답게 연극적인 재미와 만화적인 묘미가 돋보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몽부인과 하운드가 서로 뺨을 때리는 장면. “짝! 언제 봤다고 수작이야?” “철썩! 자신에게 솔직해져봐” “찰싹! 찰싹! 과외선생답게 굴어” “찰싹! 짝! 내가 좋으면서”…. 배우들이 의성어를 입으로 내뱉으며 연기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형식적인 면으로 보면 뮤지컬보다는 ‘노래가 있는 연극’에 더 가깝다. 음악을 작품 안에서 유기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발라드 가요 같은 느낌의 노래들은 멜로디는 아름다웠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이중창 삼중창을 통해 극의 갈등구조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대신 오히려 노래를 빼고 극을 진행해도 지장이 없을 만큼 ‘곁들여진’ 느낌이 강했다. ‘하운드’ 역의 서범석만 돋보였을 뿐, 다수 배우의 가창력도 민망스러웠다.

만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페르수와 몽부인의 관계를 비롯해 마지막 반전 부분이 명료하게 이해되지 않은 점 등도 이 초연 뮤지컬이 장기 공연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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