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삶의 기록-자서전 30선]<28>시와 진실-괴테 자서전

  • 입력 200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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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이루려고 하는 모든 것은 행동이나 말이나 그 밖의 어떤 것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총체적으로 결합된 힘으로부터 생겨나야 한다. 모든 분리된 것은 배척되어야 한다.》

분열과 고난의 시대 구원의 빛은…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정치, 경제 및 민족의 갈등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대에 괴테의 자서전 ‘시와 진실’을 읽는 것은 매우 의미 깊다. 괴테가 활동하던 고전주의 시대도 사회적으로 분열과 고난의 혼탁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괴테는 혼탁한 시대에도 퇴폐와 허무주의로 흐르지 않고 암담한 현실에 대해 끊임없는 구원을 모색했다.

1115쪽의 방대한 이 자서전에는 괴테 문학에 영향을 끼친 괴테의 여성 편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괴테는 첫사랑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헤어진 뒤 시 ‘제센하임의 노래’를 지었고 두 번째 찾아온 사랑인 샬로테 부프가 자신의 친구와 결혼해 떠나자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 25세 때 16세인 릴리 쇠네만을 만나 약혼까지 했지만 양가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지 못했다. 마음의 상처가 매우 컸던 듯 괴테는 무려 56년 뒤인 1830년의 한 회고담에서 “릴리와 사랑하던 시절만큼 진정으로 행복에 다가간 적은 없었다. 그녀는 나의 마지막 여성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여성 편력은 계속되어 바이마르 체류 시절에 괴테는 유부녀인 샬로테 폰 슈타인과 사랑을 나누었고, 39세 때인 1788년에는 23세 꽃집 처녀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나 사랑에 빠져 동거를 거친 뒤 결혼식을 올렸다. 1816년에 아내가 사망한 뒤 1923년 74세의 괴테는 19세 되는 울리케 폰 레베초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늙은 괴테는 울리케의 모친에게 딸을 달라고 부탁도 했지만 당사자가 끝내 망설이는 바람에 결혼은 성사되지 못했고, 이러한 배경에서 시 ‘마리엔바트의 비가(悲歌)’가 생성되었다.

결론적으로 괴테의 사랑은 천박하지 않았고 이해관계도 깔지 않았고 끊임없이 문학으로 승화되었다. 이들 여성 편력에서 괴테의 순수함도 느껴져 늙어서도 우리네 삶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될 수 있는지가 감동적으로 나타난다.

괴테의 삶의 이론도 자서전의 중요한 내용이다. 그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원초적인 것에서 벗어났다 다시 원초적인 것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원초적인 것에서 벗어남은 진취이며 다시 되돌아감은 헌신이다. 괴테는 이를 심장의 수축과 팽창의 양극적 운동으로 나타내고 있다. 심장의 팽창이 자신의 상승인 진취를 상징한다면 수축은 자신을 버리는 헌신을 나타낸다. 괴테는 이를 “생명의 영원한 방정식”이라고 하면서 시 ‘프로메테우스’(진취)와 ‘가뉘메트’(헌신)로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이 자서전은 괴테가 어린 시절 7년전쟁으로 인한 삶의 시야 확대, 화려하기 그지없는 요제프 2세의 대관식, 경건파를 통한 열렬한 종교적 체험 등 18세기의 풍속을 잘 보여 준다. 또 자연, 감정, 개인을 중시했던 질풍노도 운동과 세계동포주의를 인식시키고, 루소, 하만, 셰익스피어, 헤르더 등의 작가들에게서 받은 영향 등 수많은 괴테의 발전 과정을 담고 있어 괴테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안진태 강릉대 교수·독어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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