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6년 매직 존슨 1만번째 어시스트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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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별명은 ‘마술(magic)’이었다.

묘기 같은 볼 배급, 수비수보다 반 박자 빠른 패스. 분명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그가 보낸 공은 이미 골밑에 가 있고, 30m를 가로지르는 롱 패스는 정확히 동료 선수의 품에 안겨 있곤 했다. 이런 게 마술이 아니면 무엇이냔 말이다.

어빙 ‘매직’ 존슨. 그는 이 영예로운 칭호를 고등학생 때 받았다.

열다섯 살짜리 선수가 한 경기에 36득점, 16리바운드, 16어시스트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낸 것을 보고 한 신문기자가 붙여 준 별명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의 어머니는 이 별명을 불경스럽다며 싫어했지만 1979년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한 뒤에도 존슨은 항상 ‘매직’으로 불렸다.

존슨의 키는 206cm. 포인트 가드로서는 드물게 장신이었다(한국의 ‘공룡 센터’ 서장훈이 207cm다). 그래서 항상 자신보다 15∼20cm씩 작은 상대팀 수비수를 굽어보며 경기를 했다. 그의 공격을 막는, 또 그의 수비를 받는 상대 선수들은 주눅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덩치가 큰 대신 둔할 줄 알았던 존슨이 스피드와 유연성도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존슨은 마치 불도저를 몰 줄 아는 세심한 외과의사 같았다.” 당시 LA 레이커스의 폴 웨스트헤드 감독은 그를 이렇게 격찬했다.

NBA는 순식간에 존슨의 독무대가 됐다. 소속팀 LA 레이커스를 5차례 정상에 올렸으며 전체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3번, 올스타에 12번이나 뽑혔다. 상대를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속임 동작과 동료를 보지 않고 하는 ‘노룩 패스’는 그의 전매특허로 전 세계 농구 마니아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신(神)이 질투한 것일까. 프로 13년째인 1991년 11월 존슨은 자신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코트를 떠날 수 없었다. 가게에 가면서도 드리블 연습을 하고 밤에도 농구공을 껴안고 잘 만큼 농구를 사랑한 존슨이었다.

은퇴한 뒤에도 자신을 올스타에 뽑아 주는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 에이즈 보균자도 선수 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의지…. 그는 1996년 복귀를 결정하고 딱 한 시즌을 더 뛰었다. 그리고 그해 3월 7일. 생애 1만 번째 어시스트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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