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할퀴인 사랑 작가의 청춘 고백”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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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가에게 ‘잘 쓴 연애소설 한 편’은 꿈이다. 소설 ‘절반의 실패’ ‘혼자 눈뜨는 아침’ 등을 통해 페미니즘 소설가로 알려진 이경자(59) 씨가 그 꿈에 도전했다. 새 장편 ‘천 개의 아침’(이룸)에서다.

이 소설은 동해항을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대부분의 연애소설이 그렇듯 작가의 체험이 소설의 바탕이 됐다.

항구도시는 만남과 이별이 공존한다. 이곳에서 만난 남녀가 힘껏 사랑하고 아프게 이별한다. 이 러브스토리에는 현대사의 온갖 비극이 얽혀 있다. 출세를 꿈꾸며 악착같이 공부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전과자가 된 정환. 어부였다가 월북한 부친으로 인해 연좌제에 묶인 채 부끄러움에 짓눌리며 살아온 수영. 1960, 70년대의 지독한 가난과 이데올로기의 대립만으로도 두 사람의 청춘은 충분히 비극적이다. 여기에 정환이 내막도 모르는 심부름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형무소에 가면서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된다.

작가는 “내 청춘기의 한때 일어난 사건을 녹여서 물로 만들거나 말려서 증발시켜야 나의 내면이 평화를 찾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는다. 정환과 수영의 사랑은 사랑의 아픔을 겪었을 대부분 독자에게 호소력을 가질 만큼 절절하다. 다만 굴곡진 역사와 문학이 하나였던 이 씨에게는 사랑의 상처도 역사로 인한 것이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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