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굿에 넋잃은 마드리드… 김금화씨 ‘소통의 굿판’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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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복합문화공간인 마타데로에서 김금화 씨가 서해안 풍어제를 펼치고 있다. 마드리드=허 엽 기자
10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복합문화공간인 마타데로에서 김금화 씨가 서해안 풍어제를 펼치고 있다. 마드리드=허 엽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복합문화공간인 마타데로.

가톨릭 국가인 이곳에서 10일 오후 3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의 전통 굿판이 세 시간 가까이 열렸다. 15∼19일(현지 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전시장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현대미술품 시장(아트페어) ‘아르코(ARCO) 2007’에서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과 관련해 무형문화재 김금화 씨의 서해안 풍어제를 시작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식 행사에 들어간 것. 아르코는 미국의 시카고 등 세계 5대 아트페어의 하나로 매년 20만여 명이 다녀가는 큰 행사다.

14만8000m² 규모인 마타데로는 한때 도살장으로 쓰이다가 최근 복합예술단지로 리모델링된 곳이어서 김 씨의 굿은 진혼의 의미로 해석됐다. 스페인의 주요 일간지 엘 문도는 ‘마드리드를 위한 코리아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전면 기사에서 ‘굿은 나쁜 영혼을 내쫓는 의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김 씨의 굿 공연은 주술 의식을 넘어 산 자와 죽은 자의 소통을 도모하는 한국인들의 내세관을 보여 줬다. 이 자리에서 굿판을 소개한 안토니오 도메네크 카탈루냐 열린대학 교수는 “김 씨는 한국 샤머니즘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굿은 모든 이의 고통과 슬픔을 나누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굿판 입구에서 현지인들이 토니, 카르멘, 펠리네 등 가족 이름을 천에 적어 소원을 비는 등 한국 굿을 이해하려는 마음도 엿보였다. 김 씨는 굿 중간중간에 “세계에 전쟁이 없고, 아프신 분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고”라는 사설을 넣어, 굿이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제의임을 보여 줬다.

현지인들은 김 씨의 한국어 사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강렬한 색채의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의 신들린 듯한 동작에 시선을 고정했다. 북 장구 피리 바라 징으로 휘몰아치는 장단에 맞춰 손으로 무릎을 두드리는 이도 보였다. 김 씨가 용단지(물을 담은 작은 항아리)에 올라가 천지신명에게 비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굿을 마무리할 때 관객들은 모두 굿판으로 나와 어울리면서 장단에 몸을 맞춰 춤을 추는 등 굿판을 즐겼다.

손자와 함께 굿을 지켜본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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