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불멸이 아니었던 神들의 이야기…‘북유럽 신화’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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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연작 오페라가 된 반지이야기는 신들로부터 시작해 난쟁이 용 영웅 인간종족까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서 래컴의 그림(1911년)은 용을 죽인 영웅 지구르트를 그렸다. 사진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바그너의 연작 오페라가 된 반지이야기는 신들로부터 시작해 난쟁이 용 영웅 인간종족까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서 래컴의 그림(1911년)은 용을 죽인 영웅 지구르트를 그렸다. 사진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북유럽 신화 1·2/안인희 지음/272, 276쪽·각권 1만3000원·웅진 지식하우스

북유럽 신화의 시대가 왔다.

중세 시대 서구 미술의 모티프는 주로 기독교에서 따왔다. 성모 마리아나 다윗처럼 성경에 나오는 인물, 혹은 성세바스티안이나 성카타리나와 같은 유명한 성인이 소재였다. 르네상스기에 접어들면서 부각된 소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바로크 로코코를 거치며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문학과 영화 등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21세기 들어 새롭게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북유럽 신화다. 영화 ‘반지의 제왕’ ‘에라곤’, 게임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의 줄거리나 캐릭터는 북유럽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에게 북유럽 신화가 전혀 낯선 것만은 아니다.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그너의 연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북유럽 신화를 각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SF 판타지 소설의 대명사인 일본 소설 ‘은하영웅전설’이나 1990년대 중반 10대 남학생들을 설레게 했던 ‘오 나의 여신님’의 세 여신도 북유럽 신화를 많이 차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되는 요일도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에서 나왔다. 목요일(Thursday)은 천둥의 신 ‘토르’, 화요일(Tuesday)은 전쟁의 신 ‘티르’, 수요일(Wednesday)은 북유럽 최고신인 오딘(Odin, Woden), 금요일(Friday)은 오딘의 아내 프리그(Frigg)의 날인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주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를 이용해 북유럽 신화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독일 문화를 전공한 한국인 저자가 직접 북유럽 신화의 원전인 ‘옛 에다’와 ‘스노리 에다’를 정리한 덕에 책 속에는 한국인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해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를테면 저자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해와 달의 탄생 설화를 전하면서 그 과정이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된다는 우리의 전래동화 ‘해님 달님 이야기’와 비교한다.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인 신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다. 지혜의 신이자 최고의 신인 오딘은 애꾸눈이고, 지혜 자체를 상징하는 거인 미미르는 몸통을 잃고 머리만 남는다. 사랑의 여신 프라야는 잃어버린 남편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 결혼을 수호하는 여신 프리그는 남편 오딘의 바람기로 애를 태운다.

약점을 가진 채 고민하고 번민하며 거인족에 맞서 자신들이 속한 세계를 지켜내는 그들의 모습은 추운 날씨, 거친 파도와 같은 험한 환경에 맞서 삶을 개척해 온 북유럽인 자신의 초상이며 인간사의 압축판이다.

다른 신화와 달리 북유럽의 신들은 영원불멸하지도 않다. 거인족과의 최후 전투에서 북유럽 신들은 최고신 ‘오딘’을 비롯해 모든 스타급 신이 전멸한다.

전쟁에서 패하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신과 인간들은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다시 여정을 시작하면서 신화는 마무리된다. 영웅들이 퇴장하고 살아남은 ‘평범한’ 자들이 평화를 지키는 임무를 맡는다는 결말도 흥미로운 메시지가 될 것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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