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오로라는 神의 메시지였다…‘캐나다 겨울여행’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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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62도에 자리잡은 ‘오로라 수도’ 옐로나이프(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의 프렐류드 호수에서 오전 2시에 촬영한 오로라. ‘빛으로 연주하는 천상의 오케스트라’라는 표현 그대로 밤하늘을 춤추듯 종횡무진 누비며 빛의 축제를 펼치는 오로라는 보는 이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갈 만큼 기상천외하며 환상적이다. 조성하 기자
북위 62도에 자리잡은 ‘오로라 수도’ 옐로나이프(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의 프렐류드 호수에서 오전 2시에 촬영한 오로라. ‘빛으로 연주하는 천상의 오케스트라’라는 표현 그대로 밤하늘을 춤추듯 종횡무진 누비며 빛의 축제를 펼치는 오로라는 보는 이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갈 만큼 기상천외하며 환상적이다. 조성하 기자
퀘벡시티의 겨울축제인 ‘카나발 드 퀘벡’의 마스코트인 보놈(좋은 사람이라는 뜻)이 개썰매를 타고 가며 관광객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다. 북미의 유일한 성곽도시인 올드퀘벡의 생루이 거리.
퀘벡시티의 겨울축제인 ‘카나발 드 퀘벡’의 마스코트인 보놈(좋은 사람이라는 뜻)이 개썰매를 타고 가며 관광객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다. 북미의 유일한 성곽도시인 올드퀘벡의 생루이 거리.
퀘벡 아이스호텔의 객실 안. 이 호텔은 건물 전체는 물론 객실의 침대와 소파, TV 스탠드까지 모두 얼음이다.
퀘벡 아이스호텔의 객실 안. 이 호텔은 건물 전체는 물론 객실의 침대와 소파, TV 스탠드까지 모두 얼음이다.
퀘벡시티의 세인트로렌스 강변에 자리잡은 북미의 유일한 성곽도시 올드퀘벡의 야경. 한가운데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된 건물은 올드퀘벡의 랜드마크인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이다.
퀘벡시티의 세인트로렌스 강변에 자리잡은 북미의 유일한 성곽도시 올드퀘벡의 야경. 한가운데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된 건물은 올드퀘벡의 랜드마크인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이다.
북위 62도 옐로나이프 밤새워 기다린 보람

2시간 초록 빛무리 군무추듯 황홀경 연출

지구 곳곳을 다녀본 기자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가장 멋진 것이 무엇이냐고. 그러면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한다. 오로라라고.

그 멋진 오로라를 본 사람.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셀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수일 것이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란 사람이 거의 살 수 없는 남극과 북극 근방의 양극권(위도상 66도66분 이상) 주변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무척이나 운이 좋은 편이다. 이런 오로라를 두 번이나 보았으니. 최초의 오로라 관측은 한겨울 핀란드의 북극권 지방에서다. 오로라는 추운 밤에 잘 나타난다는 주민의 말에 끌려 오후 10시부터 호텔 밖으로 나가 덜덜 떨며 기다렸다. 그러나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쳐 객실로 발길을 돌렸다. 그 순간 밖에서 환호소리가 들렸다. 돌아본 밤하늘은 연록의 불빛이 춤추듯 옮겨 다니는 모습의 오로라로 장식됐다.

불과 3분간의 오로라 댄싱. 너무도 아쉬웠던지 오로라의 잔상은 오래도록 내 마음과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 지 3년 후. 캐나다 북극권인 노스웨스트 준주(Territories)의 ‘옐로나이프’가 오로라 관광명소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더불어 레이븐투어스의 패키지 상품으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정보도 접했다.

오로라. 영어권에서는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라고 부르는 이 신기한 자연현상. 나는 이 오로라를 찾아 ‘오로라 수도’로 불리는 옐로나이프로 향했다. 북위 62도의 옐로나이프. 게까지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밴쿠버로 가서 에드먼턴 행 비행기로 갈아탄 뒤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오전 옐로나이프행 비행기를 타는 긴 여정이었다.

거대한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의 호반도시 옐로나이프. 에드먼턴에서 직선으로 966km,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거리다. 비행 내내 창문 밖에 펼쳐진 풍경은 온통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동토의 툰드라평원뿐. 북극권 자연은 이렇듯 혹독했다.

옐로나이프는 주민 1만8000명의 타운. 그곳의 노던 헤리티지 박물관을 찾았더니 이누이트 원주민의 자연과 문화유산이 전시돼 있었다. 유럽인이 건너오기 전 이 땅의 주인이었다. 건물 밖의 온도계는 영하 25도를 가리킨다. 눈밭에서 한 무리의 뇌조를 보았다. 겨울이면 온통 하얀 깃털로 보호색을 삼는 이 희귀한 새. 옐로나이프에선 시내에 서식하고 있었다.

영하 20∼30도의 혹독한 날씨가 일상인 옐로나이프. 자동차 번호판도 인상적이다. 북극곰 모양이다. 짧은 일조시간으로 길기만 한 이곳의 겨울밤. 오로라는 그런 따분한 겨울밤을 즐겁게 보내라고 신이 준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둠이 내리면 관광객의 조바심은 좀 더 심해진다. 이틀 사흘의 짧은 체류 중에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나서다. 그런 관광객을 여행사 직원들은 통계수치를 대며 달랜다. ‘이틀 연속 관측 시 65%, 사흘 연속 관측 시 96%’의 확률이 그것.

첫날 밤. 영하 30도의 한밤 추위 속에서 기다린 3시간은 헛수고였다. 이튿날. 꽁꽁 언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의 설원에서 개썰매도 타고 눈밭 트레킹도 하며 한낮을 소비했다. 그런 다음 65%의 확률에 재도전했다. 그날 밤. 다시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쯤 거리인 프렐류드 호수 숲가의 오로라 관측대로 갔다.

다시 시작된 지루한 기다림. 그런데 두 시간만인 오전 1시경 별이 총총한 밤하늘에 뿌옇게 구름 띠 모양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두색의 옅은 불빛은 이내 밤하늘에 번져나갔고 곧이어 초록색으로 짙게 변했다. 오로라였다. 오로라빛 무리는 마치 춤을 추듯 하늘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2시간이나 계속된 오로라 댄싱. ‘빛의 오케스트라’라는 말만큼 오로라를 설명한 적확한 표현은 아직 없는 듯했다.

오로라는 지구 남·북반구 고위도의 상층대기에서 발생하는 발광현상. 대기 중의 원자가 대기권 외곽에서 날아온 에너지를 띤 입자(전자 혹은 양성자)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생긴다.

○ 여행정보

▽옐로나이프 △지명 유래=1770년에 도착한 유럽인들이 구리로 만든 농기구를 사용하던 원주민을 보고 ‘옐로나이프’라고 부른 게 그 시작. △오로라 관측 시즌=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2월 평균기온 최저 영하 30도, 최고 영하 20도. △레이븐 투어스(www.raventours.yk.com www.auroraworld.ca)=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투어를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홈페이지의 ‘오로라 예보’를 참고해 방문날짜를 결정하자. 현재 3월 5일까지 날짜별로 예보 중.

옐로나이프(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퀘벡의 춥고 긴 겨울을 신나는 축제로▼

《캐나다의 겨울은 특별하다. 춥기도 하지만 눈도 많다. 서안해양성 기후의 태평양변인 밴쿠버(브리티시컬럼비아 주)만 좀 따뜻할 뿐 내륙으로 조금만 들어와도 기온은 낮고 눈은 일상사가 된다. 캐나다 겨울의 그 찬 기운은 북쪽에 면한 북극해에서 온다. 그래서일까. 장갑 양말 방한화 털모자 등 방한제품에 관한 한 캐나다에서 구입한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게 기자의 경험이다. 긴 겨울, 눈과 추운 날씨 속에서 지내야 하는 캐나다 사람들. 그래서 그들에게 겨울은 기피 대상이 아니다. 더불어 즐겨야 할 4계절 가운데 하나다. 퀘벡시티(퀘벡 주 주도)의 ‘카나발 드 퀘벡’은 그렇게 생겨났다. 캐나다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 겨울축제는 올해로 53주년을 맞았다.》

이곳 추위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 매섭게 추운 것이 아니라 은근히 춥다. 바람이 불지 않는 탓. 그래서 겨우내 내린 눈은 봄까지 남는다. 스웨덴 핀란드에 이어 캐나다에 등장한 아이스호텔(얼음으로 지은 호텔)이 퀘벡시티에 들어선 것도 그런 추위 때문.

‘퀘벡 아이스호텔’이 있는 곳은 퀘벡시티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세인트 존 호반. 주변은 온통 눈밭으로 스노모빌과 개썰매, 스노슈잉(설피), 스키(크로스컨트리)를 즐긴다. 스노모빌은 숲 속의 눈밭으로 코스가 났는데 도중에 자동차가 통행하는 도로를 건너기도 한다.

아이스호텔은 이름 그대로 얼음과 눈으로 지은 호텔. 객실은 물론 바와 웨딩채플(결혼식용 예배당)까지 있다. 한 채를 짓는데 걸린 시일은 5주. 500t의 얼음과 1500t의 눈이 호텔 건축에 들어갔다. 얼음호텔은 말 그대로 모두 얼음이다. 바닥과 벽, 천장은 물론 의자와 탁자, 침대까지도 몽땅 얼음이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압솔루트 바’. 얼음으로 잔을 만든 다음 그 안에 보드카를 따라 파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퀘벡 주 겨울의 하이라이트는 매년 1월 말∼2월 초에 퀘벡시티에서 열리는 겨울축제 ‘카나발 드 퀘벡’이다. 올해는 1월 26일∼2월 11일 열렸는데 장소는 북미대륙의 유일한 성곽도시인 올드퀘벡(퀘벡시티의 강변)과 주변(세인트로렌스 강변, 에이브러햄 전장공원 등지). 얼음으로 지은 아이스캐슬, 눈 덮인 올드퀘벡 거리의 개썰매 경주, 유빙 천지의 세인트로렌스 강을 건너는 카누 레이스 등의 이벤트가 마련됐다. 춥고 긴 겨울을 이기는 캐나다 사람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멋진 축제다.

내년은 퀘벡시티가 초석을 놓은 지 꼭 400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 따라서 ‘카나발 드 퀘벡’ 축제도 그에 걸맞게 대규모로 화려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프랑스인 정착촌으로 시작한 퀘벡시티는 영국인이 세운 신대륙(미국) 최초의 정착촌 제임스타운(1607년)보다 한 해 늦게 역사에 등장했다.

○ 여행정보

△카나발 드 퀘벡=www.carnaval.qc.ca △올드 퀘벡=‘북미의 지브롤터’로 불리는 전략요충지. 대서양과 오대호를 잇는 북미의 중요한 수로인 세인트로렌스 강을 지키는 요새로 프랑스인에 의해 건축된 북미대륙 최초이자 유일한 성곽도시다. 높이 5m의 성곽이 4.6km가량 이어지며 구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중심에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이 있고 중심가(생루이)에 캐나다 최고(最古)의 레스토랑인 ‘오장시앵 카나디앵’(Aux Anciens Canadiens)이 있다. △캐나다 공식여행 가이드(캐나다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www.canada.travel

퀘벡시티(캐나다 퀘벡 주)=

글·사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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