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음악가의 손 두뇌 마음, 그 유연성

  • 입력 2007년 2월 4일 2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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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악가들이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예술의 전당’이 피아노 영재 육성을 위해 경주(慶州)에서 마련한 제1회 음악캠프에 참가한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 5명은 한결같이 ‘자질과 노력’을 꼽았다.

세계적 권위의 영국 리즈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자크 루비에(프랑스)는 “한국 연주자들은 손 두뇌 마음 모두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콩쿠르에선 한국 토종인 19세의 김선욱 군이 우승했다. 아리 바르디 독일 하노버 음대 교수는 어떤 곡이든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두뇌, 빼어난 예술적 재능, 강한 학습 의욕 등 5가지를 꼽기도 했다.

한국인의 우수성이 발휘되는 게 비단 음악 분야뿐이겠는가. 골프 양궁 핸드볼 피겨스케이팅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고 한류(韓流) 열풍도 거세다. 과학기술 분야도 눈부시다. 1966년부터 참가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은 14차례나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사이언스, 네이처 등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이름을 올리는 한국인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국가의 크기나 인구에 비하면 놀라운 활약이고 업적이다.

분단과 전쟁의 참화를 딛고 단기간의 압축성장으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것도 이런 자질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찾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찾는 것과 같다”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민주화도 최단 기간에 이뤄 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미국 유학 시절 “한국인들은 교육하여 개명(開明)시켜 놓기만 하면 독립국가도 만들고 선진국도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성취는 그 이상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엔 어둠이 깔리고 있다. 세계는 미래를 위해 매진하는데 우리는 자율보다는 규제, 경쟁보다는 평등에 코드를 맞춘 내부의 발목잡기로 자질을 더 꽃피우지 못할지도 모르는 암울한 상황이다.

강충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콩쿠르는 개인이 아닌 국가 간 싸움”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 즉 국가 시스템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남북을 보면 알 수 있다. 북을 닮아 가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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