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유학, 유럽서 한국으로 오게될 걸요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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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피아노계의 거물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2007 예술의전당 음악캠프’에 참가한 아리 바르디, 존 오코너, 피요트르 팔레치니, 자크 루비에,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 강충모 교수(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
국제 피아노계의 거물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2007 예술의전당 음악캠프’에 참가한 아리 바르디, 존 오코너, 피요트르 팔레치니, 자크 루비에,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 강충모 교수(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
“자네, 왈츠는 춰 봤나?”

“아니요.”

“자, 봐. 왈츠는 이렇게 추는 거야.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는 기분으로, 피아노를 두드리는 거야.”

1일 오후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 아일랜드 왕립음악학교장 존 오코너(60·더블린 국제콩쿠르 심사위원단장) 교수는 임호열(22·독일 하노버음대) 씨가 연주하는 라벨의 ‘라 발스’(왈츠)에서 왈츠 특유의 리듬감을 느낄 수가 없자 벌떡 일어나 직접 왈츠 시범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40여 분 내내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가르치던 그의 와이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2007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캠프’에 세계 피아노계의 거물들이 모였다. 오코너 교수를 비롯해 아리 바르디(70·루빈시테인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장), 피오트르 팔레치니(61·폴란드 쇼팽콩쿠르 부위원장), 자크 루비에(60·리즈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63·2002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 위원장), 강충모(46·2005 쇼팽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씨 등. 이름난 국제 콩쿠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피아노계의 마피아’로 불리는 거물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이들은 방한 이유에 대해 “음악의 미래는 한국 등 아시아에 있다”며 국제 피아노계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찬사를 보냈다.

이들에게 8일간 집중적인 레슨을 받는 학생들은 임효선(26·비오티 콩쿠르 1위), 김규연(22·더블린 국제콩쿠르 2위), 김태형(22·일본 하마마쓰 국제콩쿠르 3위) 씨 등 유망 피아니스트 20명. 음악캠프 공개강좌에는 청강생, 학부모 등까지 몰려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2005년 쇼팽콩쿠르 입상자 6명 중 5명이 한국, 일본 등 동양인이었어요. 폴란드 민속리듬이 담긴 ‘베스트 폴로네즈’ 상도 아시아인들이 받았어요. 이러다가 ‘폴로네즈’를 코리아를 따서 ‘콜로네즈’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바르디 씨)

“(김선욱 씨가 우승한) 영국 리즈 콩쿠르는 ‘코리아 콩쿠르’라고 불릴 만했습니다. 최종결선 6명 중 한국인이 2명이 아닌 4명이 올라갔어야 했어요.”(팔레치니 교수)

리즈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루비에 씨는 “한국인은 손가락의 유연성과 정신력, 음악적 성취동기가 매우 높다”고 평했다. 라벨·드뷔시 스페셜리스트인 그는 정재원(28·이탈리아 이몰라 아카데미) 씨에 대해 “리즈 콩쿠르 예선에서 들었던 정재원의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곡을 40년 동안 연주하고 가르쳐 왔지만 내가 들었던 프랑스 피아니스트 샹송 프랑수아 이후 최고의 연주였다”고 평했다.

팔레치니 교수는 “15년 전 내가 폴란드 피아니스트들이 장차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니까 사람들이 무척 자존심 상해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 말대로 되고 있으며 앞으로 20년 안에 유럽 피아니스트들이 한국에 와서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코너 교수는 “김선욱, 김태형, 김규연 씨 등 한국에서만 공부한 학생들이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것을 보면 이제는 일찍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에서 나쁜 선생님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 정서적인 뒷받침을 받을 수 없는 조기 유학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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