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프랑스인이 본 아파트의 나라… ‘아파트 공화국’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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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발레리 줄레조 지음·김혜연 옮김/269쪽·1만5000원·후마니타스

프랑스 지리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 아파트의 빛과 그림자.

1993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저자에게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프랑스에서는 도시 폭력의 상징이 되어 버린 아파트가 한국에서 왜 그토록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이 같은 궁금증은 그를 점점 한국의 아파트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 후 저자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면서 연구에 매달려 1999년 한국의 아파트를 주제로 파리4(소르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박사논문 내용에 최근의 한국 상황을 추가해 편안하게 다시 풀어쓴 것이다. 한국 아파트 단지 개발의 역사와 조성 배경, 아파트 단지의 종류, 아파트와 중산층의 관계, 아파트 단지 내에서의 사회적 관계 등 한국의 아파트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이렇게 묻는다. “한국에서 대단지 아파트 건설이 왜 그토록 급격하게 이뤄지는가, 그런 대량 공급체제는 어떻게 해서 가능한 것인가”라고. 그의 분석은 새롭고 흥미롭다.

“땅은 좁고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논리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한국 아파트의 대량생산체제는 1970, 80년대 국가-재벌-중산층의 이해가 맞물려 나타났다. 권위적 정부는 중산층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의 소유와 자산의 증가라는 혜택을 주었으며 이를 통해 그들에게서 정치적 지지를 얻어냈다. 그 아파트 공급에 재벌 건설사를 참여시킴으로써 서로의 이익을 추구했다.”

이 의견에 대해 찬반이 있겠지만, 우리의 지난 세월을 반성하게 하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한옥의 불편함을 탓하면서 서구적 주거양식을 추구하려는 풍조에 대해서도 비판을 빠뜨리지 않는다. 아파트의 현관 구조, 방과 마루 바닥의 보일러 난방 등이 실은 한옥과 온돌의 발전된 형식인데도 한국인이 이를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거문화의 전통을 지나치게 외면하고 초고층 최신형 아파트만을 향해 질주하는 한국인에 대한 따끔한 충고라고 할 수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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