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는 시작… 모든 한국사가 위험”

  •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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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의 동북공정 5년, 그 성과와 한국의 대응’ 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그동안의 대응 성과와 향후 대책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유성운 기자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의 동북공정 5년, 그 성과와 한국의 대응’ 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그동안의 대응 성과와 향후 대책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유성운 기자
‘동북공정 너머를 봐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31일 종료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5년, 그 성과와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 아래 열린 학술대회는 그동안 진행돼 온 동북공정을 총결산하면서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주최 측인 고구려연구회 소속의 서길수 서경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 동북공정 5년의 성과와 전망’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동북공정은 1981년 시작된 ‘다민족통일국가론’의 10단계 중 8단계 과정에 불과하며 마지막 단계인 2006년 시작된 제2차 중화문명 탐원(探源)공정에서 한국 고대사 침탈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지금까지 동북공정에만 매달리다 보니 중국 당국의 거시적 행보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중국 민족통합을 위해 고구려뿐 아니라 발해사를 비롯한 모든 한국사가 말려들어 갈 수 있으므로 그에 따른 전략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 교수는 랴오허(遼河)지방의 역사가 포함되는 제2차 탐원공정이 국가적 행정적 지원하에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 주도 아래 주요 학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중국은 ‘동북공정’에 앞서 하상주단대(夏商周斷代)공정을 9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1996∼2000년)과 맞물려 진행했다. 이 공정은 전설상의 나라로 여겨지던 하나라를 실제 국가로 공식화하는 등 자신들의 고대사를 확장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서 교수는 △중국 사회과학원과 같은 대형 연구소의 설립 △새로운 강역(국경)이론 정립을 위한 한국의 자체 논리 개발 등을 제시했다.

반병률 동북아역사재단 제2연구실장도 “학계가 초기 대응에서 ‘고구려사 빼앗기’ 정도로 파악하고 단기적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새로운 논리 개발에 미진했다”고 반성한 뒤 “동북공정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실장은 구체적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올바른 역사인식의 수립 △역사교육강화, 연구자 지원, 양성 및 국제교류를 통한 역량 강화 △시민을 위한 교육, 홍보, 시민단체 활동의 성숙화 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

10단계 다민족 통일국가론
단계주요 내용
1단계1981년, 중국역사만들기의 대전제-새로운 ‘다민족통일국가론’
2단계1983년, 본격적인 국경 전문 연구기관 설립-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
3단계1986년, 티베트지역 전문 연구기관 설립-중국장학연구중심
4단계1990년, 중국 북부 국경(몽골)의 귀속에 대한 본격적인 작업
5단계1990년대 중반 이후, 고구려 귀속문제에 대한 본격적 연구
6단계1996∼2000년(9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 하상주단대공정
7단계2001∼2005년(10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 중국고대문명 탐원공정
8단계2002∼2007년, 동북(東北)공정 실시
9단계2005년 이후, 신강항목(新疆項目)
10단계2006∼2010년(11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 중화문명 탐원공정과 랴오허문명론
이어 벌어진 토론에서는 우리 정부 및 학계의 대응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강무 전국역사교사모임 동북공정수업연구모임회장은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2학년의 경우 국사 수업 시간이 일주일에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며 “수업 과정상 2, 3시간 안에 고구려의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형식 백산학회 회장은 “역사적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적으로 체계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철 동아시아역사시민네트워크 상임대표도 “고구려에 집착하기만 할 뿐 서남·서북공정의 사례를 외면한 결과 중국의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동 피해국인 터키 몽골 등과 연대해 공동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장재혁(25·서울대 지리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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