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는 31일 종료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5년, 그 성과와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 아래 열린 학술대회는 그동안 진행돼 온 동북공정을 총결산하면서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주최 측인 고구려연구회 소속의 서길수 서경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 동북공정 5년의 성과와 전망’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동북공정은 1981년 시작된 ‘다민족통일국가론’의 10단계 중 8단계 과정에 불과하며 마지막 단계인 2006년 시작된 제2차 중화문명 탐원(探源)공정에서 한국 고대사 침탈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지금까지 동북공정에만 매달리다 보니 중국 당국의 거시적 행보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중국 민족통합을 위해 고구려뿐 아니라 발해사를 비롯한 모든 한국사가 말려들어 갈 수 있으므로 그에 따른 전략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 교수는 랴오허(遼河)지방의 역사가 포함되는 제2차 탐원공정이 국가적 행정적 지원하에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 주도 아래 주요 학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중국은 ‘동북공정’에 앞서 하상주단대(夏商周斷代)공정을 9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1996∼2000년)과 맞물려 진행했다. 이 공정은 전설상의 나라로 여겨지던 하나라를 실제 국가로 공식화하는 등 자신들의 고대사를 확장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서 교수는 △중국 사회과학원과 같은 대형 연구소의 설립 △새로운 강역(국경)이론 정립을 위한 한국의 자체 논리 개발 등을 제시했다.
반병률 동북아역사재단 제2연구실장도 “학계가 초기 대응에서 ‘고구려사 빼앗기’ 정도로 파악하고 단기적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새로운 논리 개발에 미진했다”고 반성한 뒤 “동북공정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실장은 구체적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올바른 역사인식의 수립 △역사교육강화, 연구자 지원, 양성 및 국제교류를 통한 역량 강화 △시민을 위한 교육, 홍보, 시민단체 활동의 성숙화 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
10단계 다민족 통일국가론 | |
단계 | 주요 내용 |
1단계 | 1981년, 중국역사만들기의 대전제-새로운 ‘다민족통일국가론’ |
2단계 | 1983년, 본격적인 국경 전문 연구기관 설립-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 |
3단계 | 1986년, 티베트지역 전문 연구기관 설립-중국장학연구중심 |
4단계 | 1990년, 중국 북부 국경(몽골)의 귀속에 대한 본격적인 작업 |
5단계 | 1990년대 중반 이후, 고구려 귀속문제에 대한 본격적 연구 |
6단계 | 1996∼2000년(9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 하상주단대공정 |
7단계 | 2001∼2005년(10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 중국고대문명 탐원공정 |
8단계 | 2002∼2007년, 동북(東北)공정 실시 |
9단계 | 2005년 이후, 신강항목(新疆項目) |
10단계 | 2006∼2010년(11차 경제·사회 5개년계획), 중화문명 탐원공정과 랴오허문명론 |
신형식 백산학회 회장은 “역사적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적으로 체계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철 동아시아역사시민네트워크 상임대표도 “고구려에 집착하기만 할 뿐 서남·서북공정의 사례를 외면한 결과 중국의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동 피해국인 터키 몽골 등과 연대해 공동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장재혁(25·서울대 지리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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