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의 은총이 더 큰 것은 아니지요"

  • 입력 2007년 1월 24일 15시 06분


코멘트
김대응 목사. 박영대기자
김대응 목사. 박영대기자
"큰 교회가 감기만 걸려도 작은 교회는 중병을 앓습니다. 대형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부터 없애주세요."

18일자 본보 21면에 분당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의 '큰 교회로만 오지 말고 작은 교회도 섬기세요'라는 기사가 나간 뒤 서울 대방동에서 은총침례교회를 시무중인 김대응 목사(49)가 전화를 걸어왔다. 서울침례교회에서 이 목사에게 침례를 받았다는 그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침례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안양 박달동에서 7년간 개척교회를 열어 악전고투끝에 포기했던 그는 결국 다른 대형교회의 부목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개척교회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2003년부터 신도 30명의 현재의 교회를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기는 마찬가지. 교회당도 없어 동네 상가의 40평짜리 보습학원을 빌려 일요일에 예배만 보고 있다. 교회간판도 없고 일요일에는 현수막만 학원에 건다.

"교회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그 필요에따라 교회당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사람도 없는데 교회당만 임대하면 뭐하겠습니까." 김 목사가 교회당을 임대하지 않는 이유는 안양에서 첫 개척교회를 열었을 때의 교훈때문이기도 하다. 50여명의 신도가 있었지만 임대료도 제대로 낼 수 없어 부모님에게 받은 수천만원만 까먹었다.

"처음 개척교회를 하겠다고 하자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더군요. 7년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교회를 끌고왔는데 혼자 힘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김 목사는 작은 교회의 이중고를 이렇게 표현했다. "교회 성전이 없거나 허름하면 교인들이 싫어하지요. 그래서 새 성전을 건립하려하면 이번엔 부담 때문에 다른 교회로 옮깁니다.

"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형교회는 간섭받지 않는 '편안한' 신앙생활이 가능하다. 그것이 교회간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큰 교회 부목사로 있다 개척을 하려해도 그 교회의 성도를 이끌고 나와야하는데 그러면 '배신자'가 됩니다."

혹시 본인의 영성이나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김 목사에게 물었다. "'하나님 은혜를 못받았다.'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주눅이 들지요. 그러나 작은 교회에도 은총이 넘칩니다. 큰 교회의 은총이 더 큰 것은 아니지요."

김 목사는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의 상생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큰 교회가 모범을 보이면 작은 교회는 저절로 잘 됩니다. 대형교회의 기업화, 세습, 기득권 다툼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진다면 작은 교회도 하나님이 주신 각자의 그릇대로 상생하게 될 것입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