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국가 문화재 됐다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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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 황현 초상사진’(김규진 촬영·1909년). ‘매천 초상화’는 ‘매천 초상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매천 황현 초상사진’(김규진 촬영·1909년). ‘매천 초상화’는 ‘매천 초상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1880년대 한국에 카메라가 도입된 지 120여 년 만에 사진이 국가지정 문화재가 됐다.

최근 문화재청은 인물화가 채용신(1850∼1941)이 1911년에 그린 ‘매천 황현 초상화’와 서화가 김규진(1868∼1933)이 1909년에 촬영한 ‘매천 황현 초상사진’을 보물 1494호로 일괄 지정했다.

‘매천 초상사진’이 보물로 지정된 이유는 ‘매천 초상화’의 모태이기 때문. 채용신의 ‘매천 초상화’는 매천이 1909년 김규진의 천연당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것. 두 작품은 전체적인 구도와 포즈, 소품이 비슷하다. 따라서 이 초상사진은 20세기 초 한국 인물화의 걸작인 채용신의 ‘매천 초상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특히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의 인물화가들은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보면서 묘사 능력을 키웠다. 김규진의 ‘매천 초상사진’이 한국미술사와 사진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온 것도 이런 이유다.

‘매천 초상사진’을 보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문화재계나 사진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근대 사진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 위상을 높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계에서는 “사진 고유의 가치를 인정했다기보다 초상화를 보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부속물로 딸려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인진(한국사진사) 사진박물관 추진본부장은 “사진 자체의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평가 없이 보물로 지정한 게 아쉽다”며 “사진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석(사진학) 명지대 교수도 “근대 사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문화재위원회에 사진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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