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56>義路禮門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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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옳은 것이다. 그러나 정의가 언제나 실행되지는 않는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정의가 언제 어떻게 실행되는가의 문제는 그래서 중요하다.

‘義路禮門(의로예문)’이라는 말이 있다. ‘義’는 ‘정의’라는 뜻이고, ‘路’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義路’는 ‘정의는 길이다’라는 말이 된다. ‘禮’는 ‘예의’라는 뜻이고, ‘門’은 ‘문’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禮門’은 ‘예의는 문이다’라는 말이 된다. 이를 합치면 ‘義路禮門’은 ‘정의는 길이고, 예의는 문이다’라는 말이 된다.

‘정의가 길’이라는 말은 ‘정의는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라는 말이고, 이는 다시 ‘사람은 정의를 따라 걸어야 하며, 이것만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뜻이다. ‘예의는 문이다’의 ‘문’이란 ‘사람이 다녀야 할 통로’라는 말이다. 문이 있으면 사람은 그곳으로 다녀야 한다. 비록 옆에 있는 울타리가 낮을지라도 문이 있으면 우리는 당연히 그곳으로 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의는 문’이라는 말은 ‘사람은 항상 예의라는 곳을 통해 다녀야 한다’는 뜻이고, 이는 다시 ‘사람의 모든 행동은 예의를 지켜 가며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義路禮門’의 진정한 의미는 ‘정의는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지만, 이 길은 예의라는 문을 통해 가야만 한다’는 말이 된다.

예의란 무엇인가? 부모는 부모의 도리를 다하고, 자식은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부모 자식 간의 예의이며, 남편은 남편의 도리를 다하고, 아내는 아내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부부간의 예의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치인은 이런 권력을 국민이 허락하는 기간에 행사한다. 따라서 그들은 국민을 권력의 주인으로 여겨야 한다. 이것이 정치인의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예의의 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정치인이 주장하는 어떠한 정의도 실행될 수 없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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