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이 타락한 인간을 구원…김영현 추리소설 '낯선 사람들'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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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52·사진) 씨가 추리소설을 썼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는 ‘민중’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작가다. 그의 소설 주인공은 늘 운동권이었지만, 새 장편 ‘낯선 사람들’(실천문학사)의 주인공은 다르다. 수도원 신학생 성연이 부친인 마을금고 이사장 최문술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설의 줄거리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낯선 사람들’을 읽고 “재미가 옥시글옥시글 밤을 새우게 하는 추리소설은 김영현, 네가 안 써도 쌔고 쌨는데, 하는 아쉬움은 읽어 가면서 그래도 역시 김영현이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잘 읽히고, 그러면서 작가로서의 고민도 담겼다는 의미다. 실제로 성연이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과정에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것은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 부패와 타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김 씨는 “1980년대에는 눈앞에 당면한 문제만 해결되면 내 존재의 의미가 드러났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데 깊은 고뇌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니 문학을 꿈꿨던 철학도였던 20대의 마음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닿았다는 것.

그래서 대중적인 형식이라는 이 추리소설 안에는 한없이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성과 그 악한 마음을 극복하려는 신성한 의지라는 주제가 촘촘히 박혀 있다. 그 뒤에는 “보수로도 진보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면서 인간의 본질과 구원의 문제를 탐색하게 됐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네’라는 평범하고도 해묵은, 그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소설 속 한 문장에 응축돼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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