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式 명쾌한 인생살이법… 산문집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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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게 세속적이어라, 세속적으로 현명하지 말고(Be wisely worldly, be not worldly wise).”

영국 시인 프랜시스 퀄스(1592∼1644)의 경구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속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세속적으로만 살면 근본적인 무엇을 놓치게 된다. 말하자면 세속의 분량도 합당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작가 복거일(61) 씨의 설명이다.

복 씨는 소설, 시, 사회평론, 경제평론 등 장르를 망라한 글쓰기를 해 온 작가다. 그가 산문집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경덕출판사)을 냈다. 논쟁적인 이슈를 던져 온 복 씨답게 새 산문집에도 명료한 주장이 많지만, 글귀가 날카롭지 않고 따뜻하다. 윤리와 문화, 교육 분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다루면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탄탄한 논거로 삼는다.

‘경(經)과 권(權)’이라는 산문 한 편에 인용된 경구는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분노는 잠깐 동안 미치는 것이다’라는 시구, 당(唐)의 고승 위산 스님의 ‘자네 눈 바른 것만 귀하게 여길 따름, 자네 행실은 보려 하지 않네’ 하는 말씀, 체스터필드 백작의 ‘상처는 모욕보다 훨씬 빨리 잊혀진다’는 이야기 등. 분노가 합리를 거스른다는, 말하고 싶은 바를 경구에 응축하면서 작가는 조선 인조 때 최명길이 김상헌에게 보내는 시를 인용해 명쾌하게 주장을 맺는다.

사람의 마음은 학습을 통해 다듬어지기 때문에 착한 행동을 하게 되면 사람의 마음이 실제로 착해진다는 얘기, 브리태니커나 조선어사전 같은 좋은 참고서를 가까이 두면 ‘스스로 좋은 물음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얘기 등 구체적인 삶의 지침을 주는 얘기가 많다. 한 편 한 편 차분하게 읽으면서 작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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