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초청하고 호텔서 화려하게 튀어라! 브랜드쇼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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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회사들은 패션쇼, 파티 등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이미지를 만든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열린 ‘드레스 투 킬’의 2007년 봄·여름 옷 시연회, 서울 하늘에 열기구를 띄운 ‘엘르 스포츠’
패션회사들은 패션쇼, 파티 등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이미지를 만든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열린 ‘드레스 투 킬’의 2007년 봄·여름 옷 시연회, 서울 하늘에 열기구를 띄운 ‘엘르 스포츠’
종이 박물관에서 패션쇼와 파티를 벌인 ‘MCM’, 미국식 카니발을 주제로 한 ‘마크제이콥스’의 파티
종이 박물관에서 패션쇼와 파티를 벌인 ‘MCM’, 미국식 카니발을 주제로 한 ‘마크제이콥스’의 파티
구찌의 패션쇼에 참가한 김혜수
구찌의 패션쇼에 참가한 김혜수
취재수첩에 적힌 ‘브랜드 쇼’의 행사 메모다. 브랜드 쇼란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가 홍보를 목적으로 마련한 패션쇼와 파티, 공연 등을 말한다. 하루 저녁 행사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든다. 연예인 참석은 필수.

가짜 명품 사건의 주인공 ‘빈센트&코’도 브랜드 쇼로 유명해졌다. 특급 호텔에서 러시아 무희를 불러 뱀쇼를 했다. 시계줄이 뱀가죽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몇몇 연예인이 행사에 참가해 패션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급 호텔에서 화려한 쇼를 열고 인기 연예인들이 오면 일단 고급 브랜드로 통한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 넘쳐나는 브랜드 행사

“주차대행 업체들에 물어보세요. 12월에 열리는 패션 행사와 파티만 300개가 넘는대요.”

패션이벤트 회사 에스팀의 하선아 과장은 요즘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다. 특히 12월은 브랜드마다 대형 파티를 계획하는 곳이 많아 더 바쁘다. 새로 생기는 패션 브랜드의 런칭 쇼 준비도 해야 한다.

하 과장은 “브랜드 쇼는 브랜드가 원하는 이미지를 현실화해 보여 주는 작업”이라며 “각종 패션잡지에 실려 직간접적인 홍보가 되기 때문에 쇼를 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 예산도 만만치 않다. 2000년 9월 29일 루이비통이 청담동 매장 오픈 기념으로 연 행사는 브랜드 쇼의 ‘전설’로 불린다. 우수 고객, 패션 관계자, 연예인 등 2500∼3000명이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파티를 벌였다. 10억 원을 들여 1년 동안 준비한 하룻밤의 파티였다. 방송에도 보도되면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려 국내 브랜드에 자극을 준 ‘사건’이었다.

○ 아이디어, 아이디어, 아이디어!

“콘셉트 잡고, 장소만 잘 찾아도 반은 성공한 셈이죠.”

패션이벤트 기획사 Fn5의 오정애 대리는 패션쇼와 파티 기획을 업으로 하는 패션쇼 디렉터다. “불가리 향수 런칭 쇼를 할 때 로마 교외의 고성(古城)에서 향수에 들어간 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놓았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향수 재료를 맛으로 느끼니 입소문 효과가 대단했어요.”

브랜드 쇼가 늘면서 아이디어 싸움도 대단하다. 쇼 콘셉트에서 장소까지 뭐든지 독특해야 주목받기 때문이다.

캐주얼브랜드 엘르 스포츠는 지난달 22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광나루 지구에 거대한 열기구를 띄웠다. 가로 18m, 세로 17m 규모였다. 8월 캐주얼브랜드 에스프리는 고공 패션쇼를 선보였다. 모델들이 줄을 달고 빌딩 옥상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위험을 감내했다.

패션쇼 디렉터들은 예기치 않은 일을 겪기도 한다.

오 대리는 2004년 3월 기획한 선상 파티를 잊을 수 없단다. 당연히 봄 날씨일줄 알았는데 갑자기 눈이 왔기 때문. 상의를 벗은 남자모델들은 추위에 떨며 워킹을 해야 했다. 미끄러져 넘어질까 조마조마했다고.

○ 초대 손님 ‘물 관리’가 관건

“제일 피 말릴 때요? 오기로 한 연예인이 늦을 때죠.”

A홍보대행사 김모 과장은 최근 ‘피 말린다’는 말의 뜻을 절감했다. 행사 당일 오기로 한 연예인이 늦어 쇼가 지연되자 손님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마침내 나타난 탤런트 이모 씨. 구세주처럼 보여 와락 껴안을 뻔했다고 김 과장은 회상했다.

이벤트 회사가 쇼, 파티 등을 기획하면 초대 손님 관리는 홍보대행사의 몫으로 남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인기 연예인 중 누가 오느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포토 월(브랜드 로고가 그려진 그림판)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패션 매체, 인터넷 등에 화보 형식으로 오르기 쉽다”며 “간혹 ‘거마비’로 불리는 사례금이나 상품권 등을 건넨다”고 귀띔했다.

대규모 파티 형식의 브랜드 쇼엔 ‘물 관리’가 필수. 행사의 ‘수질’이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사 프레싱크의 박현정 대리는 “파티에서 잘 놀기로 유명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확보해 둬야 한다”며 “미국 아이비리그 동문회, 인터넷 파티동호회를 초청하거나 일부러 ‘춤꾼’들을 곳곳에 심어 놓는다”고 털어놨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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