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 만끽 감동 만점 ‘보물좌석’따로 있어요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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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돈 주앙’의 최대 볼거리는 전문 스페인 댄서들이 추는 화려한 플라멩코 군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층 좌석에서는 화려한 의상이 마치 꽃잎처럼 무대에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뮤지컬 ‘돈 주앙’의 최대 볼거리는 전문 스페인 댄서들이 추는 화려한 플라멩코 군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층 좌석에서는 화려한 의상이 마치 꽃잎처럼 무대에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요즘 20,30대 여성 관객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극장 뮤지컬 ‘클로저 댄 에버’의 한 장면.

주인공인 수의사 역을 맡은 인기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객석에 앉아 있는 여성 관객을 가리키며 말한다.

“쟤는 누렁이야,작년에 태어났는데 벌써 황소가 됐어.” “쟤는 얼룩이,살 많이 쪘지? 아휴 귀여워∼.”

이어 류정한은 갑자기 한 여성 관객에게 다가가더니 두 손으로 뺨을 감싸 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얘는 다롱이야. 나도 오늘 처음 봐… 다롱아,무럭무럭 자라라.”

꺄아악∼. 순간,소극장은 부러움으로 가득한 여성 관객들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으로 뒤덮인다….》

○ ‘+α’의 즐거움, 애드리브석

‘운 좋은’ 그녀가 부럽다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부러워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재빨리 나열 9번 좌석을 예매한다. ‘클로저 댄 에버’가 공연 중인 소극장은 조명 구조상 핀라이트(Pin Light)가 고정돼 있어 배우는 조명이 가장 집중되는 나열 9번 여성에게 갈 수밖에 없기 때문. 눈치 빠른 마니아 사이에서 이 자리는 이미 ‘송아지석(席)’으로 통하며 인기다. 제작사 측은 “어떻게 알았는지 항상 이 자리부터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소극장 뮤지컬에서 종종 배우가 관객에게 다가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애드리브(즉흥)석’. 그런데 이런 ‘애드리브석’은 사전에 특정 좌석(혹은 특정 좌석 일대)으로 미리 위치를 정해 놓는 경우도 많다. 똑같은 가격을 주고 보는 공연이더라도 이런 자리를 고르면 ‘+α’의 즐거움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헤드윅’에서는 트랜스젠더 로커인 주인공이 객석으로 다가와 관객 중 한 명을 끌어안고 자동 세차를 하듯 몸을 비비고(카워시석), ‘컨페션’에서는 극중 카페 주인이 매회 3명의 관객에게 병맥주와 함께 식사권 등 경품을 나눠준다(맥주석).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는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내내 한 여성 관객의 머리를 마구 휘저어 헝클어 놓는다(관객모독석). 물론 ‘휘저음을 당한’ 여성도 불쾌해하기 보다는 되레 즐거워하고 나중에 ‘고생값’으로 공짜 공연 티켓 2장까지 얻는다.

○ 잘 고른 S석, R석 안 부럽다

작품의 내용이나 특성에 따라 공연을 좀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따로 있다. 대개 ‘비싼 좌석=좋은 자리’로 알고 있지만, 작품 성격을 알면 좋은 자리 중에서도 ‘더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고, 싼 좌석 중에서도 숨어 있는 ‘명당’을 발견할 수 있다.

가령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을 자녀와 함께 본다면 최고의 좌석은 단연 통로석.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대 미술인데 첫 장면에서 코끼리 등 각종 동물들이 객석 통로를 지나 무대로 올라가기 때문에 아이들을 통로쪽 좌석에 앉히면 좋다. 통로석은 ‘당연히’ 가격이 제일 비싸지만 한 등급 아래인 A석 중에서도 뒤쪽이긴 하지만 통로석이 있으니 같은 A석이면 이 자리를 고르면 된다.

R, S 두 등급으로 좌석이 구분된 ‘헤드윅’을 보자. 2층 ‘계단석’은 S석이지만 첫 장면에서 헤드윅이 입장하다가 잠시 멈춰서는 바로 앞에 위치해 R석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주인공을 보는 ‘알짜 S석’으로 꼽힌다.

대극장에서는 대체로 관객들이 같은 R석이라면 무대를 내려다봐야 하는 2층 앞줄보다 평면에서 보는 1층 중간을 선호한다. 하지만 무용의 경우 군무(群舞)는 2층이 나을 경우가 많다. 가령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의 경우 최대 볼거리는 전문 스페인 댄서들이 추는 화려한 플라멩코 군무인데 2층에서는 무희들이 회전할 때마다 화려한 의상이 마치 꽃잎처럼 무대에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클래식 발레에서도 무용수들이 가지런히 줄을 맞춰 늘어서는 스펙터클한 군무의 선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2층이 오히려 낫다. ‘라 바야데르’(3막 ‘망령들의 왕국’)와 ‘백조의 호수’(1막 ‘호숫가의 백조들’), 그리고 ‘지젤’(2막 ‘죽은 윌리들의 춤’)은 군무가 유명한 대표적인 작품. 특히 ‘라 바야데르’에서는 30∼40명에 이르는 무용수가 한 명씩 등장해 지그재그로 가파른 언덕 같은 무대를 내려오는 장면이 압권인데 이 장면만큼은 2층 뒤편 S석이나 3층 A석이 1층 R석 부럽지 않다. 반면 모던 발레는 무용수 개개인들의 움직임을 더 주목해야 하는 만큼 1층 앞쪽이 권할 만하다.

글=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아! 이 자리에서 보면 특별한 재미가…

● 클로저 댄 에버

나열 9번: 주인공 류정한이 와서 여성 관객의 뺨을 쓰다듬어 준다.

다열 1번: 꽃미남 배우 고영빈이 다가와 죽은 아내 무덤 앞인 양 독백을 늘어놓은 뒤 꽃다발을 주고 간다.

● 컨페션

A열 46번,B열 7번,C열 1번: 극 중 카페 주인이 ‘쏜다’며 맥주를 나눠 주고 식사권 등 각종 선물을 준다.

● 헤드윅

가열 8~10번(송용진). 가,나열 4,5번째 통로석(이석준,김수용,조정석-단,인근에 남자 관객이 있으면 무조건 우선). 카워시석. 헤드윅이 다가와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킨다.

나열 1번-송용진 공연의 토미석. 토미의 손수건을 받을 수 있다.

가열 34,35번-조정석 공연의 토미석.

가열 1,2번-계단석. S석이지만 첫 장면에서 헤드윅이 코 앞에서 잠시 멈춰 있다.

● 사랑은 비를 타고

가열 19,29,39번 또는 나열 11,21,31번:배우가 ‘요리노래’를 부르며 음식을 버무리듯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다(긴 머리 여성이 유리). 대신 감사 표시로 공짜 티켓 2장 증정.

나열 1~3번:‘리모컨석’. 공연 첫 장면에서 배우가 리모컨을 건네주며 시끄러운 오디오 음악을 꺼 달라고 부탁한다.

● 라이온 킹

A블록 18,19열 각 14번,B블록 18열 15,30번,19열 15,29번,20열 16,30번,C블록 18,19열,20열의 각 30번 석은 A석 중에서 동물이 지나가는 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

B블록의 1~4열:앞쪽 좌석 중에서는 가장 나은 자리. 공연 도중 대형 기린 4마리가 고개 숙여 인사할 때 머리 위로 기린이 지나간다.

▼명사들이 좋아하는 자리는 바로 여기!▼

생생한 연기 보기엔 무대앞 셋째줄이 ‘딱’

공연장을 즐겨 찾는 명사들은 어떤 좌석을 선호할까. 맨 앞줄부터 맨 뒷줄까지 선호하는 자리도 다르고, 그 이유도 가지가지다.

○디자이너 앙드레 김 ☞무대 맨 앞 중앙좌석(일반공연장)

디자이너 앙드레 김 씨는 클래식 음악회, 오페라, 뮤지컬 등 중요 공연의 첫날에는 무대 앞 중앙좌석 첫 줄(12개) 또는 둘째 줄(24개)을 통째로 예매한다. 그는 이 좌석에 주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한 외교사절단 부부를 초청해 함께 관람한다. 김 씨는 “외국의 오페라하우스나 콘서트홀에 비해 우리나라 공연장은 로열석이 무대에서 너무 멀다”며 “무대에 선 아티스트들의 눈빛과 얼굴에 나타나는 감성적인 표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맨 앞줄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1층 C블록 13열 (이하 서울예술의 전당)

올해 영국 리즈 피아노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김선욱(18)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직접 표를 예매해 공연장을 찾아다녔다. 그가 선호하는 좌석은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잘 보이는 공연장 왼쪽인 1층 C블록 13열. 지휘자의 꿈도 갖고 있는 김 군은 지난해 베를린 필 내한공연 때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을 보기 위해 2회 모두 합창석에서 관람했다.

○음악평론가 유정우 ☞1층 C블록 뒤쪽 열

음악 연주홀에서 너무 앞쪽에 앉으면 직접적인 소리가 전달되고, 홀에 울리는 소리를 충분히 전달받기 힘들다. 또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때 목관이나 금관주자들의 연주 모습을 보려면 뒷좌석에 앉아야 한다. 국내 공연장은 무대가 아주 높아 앞줄에 앉으면 지휘자와 악장밖에 보이지 않는 흠이 있다.

○유형종 무지크바움 대표 ☞2층 맨 앞자리 혹은 1층 오른쪽 셋째 줄

너무 앞줄에 앉으면 발레는 무용수의 발끝이 안 보이고, 오페라의 경우 무대 위 자막을 보려면 고개가 아픈 단점이 있다. 1층 셋째 줄 정도에 앉으면 세밀한 연기를 볼 수 있어 좋다. 2002년 발레리나 강수진의 ‘카멜리아의 여인’ 공연 때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격정적인 2인무를 1층 오른쪽 자리에서 실감나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2층 맨 앞자리는 스펙터클한 군무를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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