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장학자들 뚝딱… ‘지식인 마을’ 섰다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3시 06분


코멘트
인문 자연 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동서양 대표 지식인 100명이 촌장과 일꾼으로 등장하는 ‘지식인 마을’이 문을 열었다. 그림 제공 김영사
인문 자연 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동서양 대표 지식인 100명이 촌장과 일꾼으로 등장하는 ‘지식인 마을’이 문을 열었다. 그림 제공 김영사
《“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열광을 보이는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이 성공을 위한 최상의 공식임을 오래전에 깨달았다. 열정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씨의 말을 따른다면, 지식을 쌓는 최상의 방법 역시 위대한 지식인들의 곁에서 그들의 호기심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아닐까.

김영사가 21일 펴낸 ‘지식인 마을’은 그렇게 열정과 호기심의 바이러스를 나눠 줄 동서양의 지식인 100명을 한곳에 모으고 국내 소장학자 36명이 가이드를 맡은 방대한 규모의 대중교양 시리즈다. 모두 50권 중 이날 1차분 15권이 먼저 나왔다.》

■ 대중교양서 시리즈 ‘지식인 마을’ 출간

시리즈 전체 디렉터를 맡은 장대익(미 터프츠대 인지연구소 연구원) 박사는 “일단 입학 승진의 문턱만 뛰어넘으면 모든 걸 잊어버리는 한국의 문턱 증후군을 퇴치할 백신 프로그램”이라고 시리즈 취지를 설명했다.

이 시리즈는 우선 지식인의 삶과 생애, 사상을 평이하게 나열하는 개론서 대신 논쟁의 형식을 취했다. 권마다 ‘다윈 & 페일리’ ‘장자 & 노자’처럼 서로 앙숙이거나 영향을 주고받은 지식인 2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던진 위대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서로 어떻게 대립, 계승하거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가이드를 맡은 국내 학자들은 100명의 동서양 대표지식인을 지식인 마을의 촌장(개척자)과 일꾼(계승자)으로 나눴다. 플라톤과 데카르트처럼 수많은 분야를 개척한 학문의 대가는 촌장, 촘스키나 아인슈타인처럼 촌장의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만의 분야를 새로 개척한 20세기 지식인들은 일꾼으로 분류됐다. 여기에는 서양인뿐만 아니라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정약용, 최한기, 신채호, 함석헌, 우장춘, 석주명 등 한국 사상가 8명도 포함됐다.

권마다 앞에는 전체 마을 지도가 나오고 끝에는 해당 책의 주제에 해당되는 지식인들을 계승하거나 대립한 지식인, 영향을 받은 분야 등을 표시한 지도가 나온다. 지식에는 뿌리가 있으며 또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지적 겁쟁이들의 코드’인 ‘한 우물만 파기’를 뛰어 넘어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하는 ‘잡종적 지식인’의 면모에 주목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예컨대 데카르트는 2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데카르트 & 버클리’에 철학자로 등장하지만, 10권 ‘거인의 어깨에 선 거인-뉴턴 & 데카르트’에서는 자연과학자로 나온다. 1권 ‘진화론도 진화한다-다윈 & 페일리’는 생물학이라는 분야를 뛰어넘어 문학과 철학 경제학 등에 응용되는 진화론의 현 주소를 보여 준다.

‘고급 대중교양서’를 표방하는 시리즈답게 톡톡 튀는 서술방식도 눈에 띈다.

책마다 ‘지식인 마을로의 초대’ ‘지식인과의 만남’ ‘지식토크 테마토크’ ‘이슈@지식’ ‘징검다리’ 등의 장으로 구성됐다. 이 중 ‘지식토크 테마토크’는 저자가 내용 왜곡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가상의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이다. 데카르트와 버클리가 메신저로 채팅을 하거나 정약용 최한기 주희가 현대 한국에 나타나 선거 유세를 하는 식이다.

신은영 김영사 편집장은 “학계가 대중적 저술을 폄훼하는 풍토에서 양산되는 번역서나 짜깁기 책 대신 우리 저자가 직접 쓴 고급 지식 교양 시리즈라는 점에 중점을 둬 기획했다”며 “국내 학계와 출판계에서 36명의 저자가 한 시리즈를 위해 1년 이상 동시에 작업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