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방송사가 자초한 연말가요대상 불신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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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 시상식에 대한 공감이 사라졌죠. 방송사와 연락이 잘되는 가수들 위주로 나오는 것 같고. 시상식의 생명은 권위와 품위인데 그것을 잃어버렸으니….”

방송사들의 ‘연말 가요 대상’이 권위를 잃어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칠순의 원로 가수 최희준 씨의 말이다. 그는 40년 전 MBC 연말 가요 대상의 첫 수상자다.

MB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상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비 세븐 이효리 싸이 등 톱 가수들이 “연말 공연 스케줄과 겹쳤다”며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MBC는 그 대신 다른 가수들의 라이브 쇼를 편성했다. 지난해에도 60여만 장으로 판매 1위를 기록한 ‘SG워너비’가 출연하지 않았다. 다른 방송사들의 시상식도 결과에 공감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MBC의 조치에 대해 KBS, SBS는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이들의 연말 가요 대상이 ‘출연 인기 가수들에 대한 보은이자 집안 잔치’라는 지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케이블 음악채널에서도 연말 대상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25일 열리는 2006 Mnet Km 뮤직 페스티벌 시상식은 ‘조작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의 최고 노래상’ 등 여러 부문에서 이뤄진 인터넷 투표에 대해 일부 가수의 팬들이 “특정 가수의 표가 줄었다 늘었다 한다”며 “팬들이 몰표로 득표수를 조작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Mnet 측은 “해킹에 의해 투표된 무효표를 없앤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해킹으로 몰표가 가능하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방송사 가요 대상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가수가 아니라 TV 스타 위주로 상을 줬기 때문이다. 가창력이 아닌 개인기를 앞세운 가수가 TV를 장식하고 아이돌 스타, 팬클럽의 집단 투표 앞에서 ‘음악상’의 권위가 무너진 것이다.

미국과 영국 팝의 상징인 ‘그래미 어워드’나 ‘브릿 어워드’는 잡음이 거의 없다. 방송사들의 이해관계를 시상식에 개입시키지도 않고 개입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가요 대상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는 방송사와 가요계, 팬이 자초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류를 이끄는 한국 가요계에 그래미 같은 권위 있는 상이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우울한 연말이다.

김범석 문화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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