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교수 "리영희의 과오는 치명적"

  • 입력 2006년 11월 8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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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공(功)이 먼저고 과(過)는 다음이다. 그러나 그 과오는 치명적이다."

5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단체제론'을 실명 비판한 자유주의 철학자 윤평중(50) 한신대 교수가 이번엔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를 정면비판하고 나섰다. 곧 복간될 인문사회과학 계간지 '비평'의 2006년 겨울호(생각의 나무 펴냄)에 게재될 '이성과 우상-한국현대사와 리영희'라는 글에서다. 이 글의 제목은 리 교수의 저작 중 하나인 '우상과 이성'(1977)의 제목을 원용한 것이다. 최근 절필을 선언한 리 교수는 백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으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윤 교수의 잇따른 실명비판이 눈길을 끈다.

윤 교수는 이 글의 서두에서 "냉전 반공주의의 음험한 본질과 은폐된 작동 기제를 폭로하는 데 있어 한국 현대사에서 리영희처럼 투명한 이성을 알지 못한다"고 우리사회를 계몽시키는데 그의 선도적 역할을 적극 인정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우상을 타격하는 그의 이성이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세운 또 다른 우상에 의해 빛이 바래 이성의 존재이유를 훼손한다"며 "자본주의의 이성을 부순 자리에 리영희가 세운 것은 바로 사회주의의 우상"이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의 비판의 핵심은 "리 교수가 오른쪽으로 과도히 기울어진 남한의 반공규율사회를 제 자리로 돌리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너무 지나치게 밀고 나갔다"는 점이며 이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리 교수의 해명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반계몽적, 반이성적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 치명적 오류는 북한맹(北韓盲)과 시장맹(市場盲)으로 요약된다.

윤 교수는 리 교수가 "자신의 유토피아적 사회주의상에 인민의 현실을 무리하게 구겨 넣는 바람에 중국과 북한 인민들의 비극과 고통을 은폐하고 명명백백한 객관적 사실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지식인으로서 엄격성과 학자로서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또 "리영희의 인본적 사회주의와 유가적(儒家的) 도덕주의는 근대적 시장의 입체성과 역동성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시장맹으로 귀결됨으로써 자유인의 존재 근거를 부인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야(粗野)하고 도식적인 리영희의 인본적 사회주의는 시장맹과 북한맹을 배태하면서 우리 시대를 계몽함과 동시에 미몽에 빠트렸다"며 "그는 비록 붓을 꺾었지만 우리들은 리영희라는 모순에 찬 거인이 남긴 후과(後果)와 씨름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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