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알바레스 박사 “서구문화만 우월하다는 편견 버려야”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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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대안 서점을 운영하고 ‘멀티버시티’ 프로젝트를 이끄는 클로드 알바레스 박사는 균형 잡힌 지적 성장을 위해 서구 중심의 독서, 출판계의 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인도에서 대안 서점을 운영하고 ‘멀티버시티’ 프로젝트를 이끄는 클로드 알바레스 박사는 균형 잡힌 지적 성장을 위해 서구 중심의 독서, 출판계의 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갔을 때 그 나라 작가가 쓴 소설인데도 판권을 사려면 영국 런던의 출판사를 통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래전에 독립했어도 책의 출판, 거래가 여전히 이전 식민지 모국의 영향하에 있더라고요.”

인도에서 제3세계 전문서점 ‘아더 북 스토어’와 출판사 ‘아더 인디안 프레스’를 운영하는 클로드 알바레스(58) 박사가 방한했다. 그는 지난 주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의 공동 주최로 광주에서 열린 ‘세계화 시대 아시아의 책과 문화 다양성’ 국제회의에서 다양성 확보를 위한 출판 교역에 관해 강연했다.

알바레스 박사는 인도 서부 해안의 작은 관광도시 고아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출판된 책들만 판매하는 대안 서점 ‘아더 북 스토어’를 20년간 운영해 왔다. 또한 서구의 학문적 전통이 갖는 ‘보편주의(universalism)’에 맞서 다원성 교육을 강조하는 ‘멀티버시티(multiversity)’운동을 이끌고 있다.

“인도에서는 연간 8만 종 이상의 책이 출간되지만 미국 영국의 책이 서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요.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출판된 책은 거의 볼 수가 없죠.”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에서 박사(과학기술사 전공)학위를 받은 뒤 환경운동을 해 오던 그는 1984년 말레이시아 페낭의 ‘제3세계 네트워크’ 설립식에 참석했다가 실험 삼아 말레이시아 환경보호 운동가들의 책들을 인도에 들여왔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자 2년 뒤 장인 집에 책 창고를 만들고 책을 사러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 씨의 책은 아프리카, 국제용 에디션 등 같은 책에 두 개의 판본이 있어요. ‘국제 시장’에서는 지역성을 탈색하려 하는 거죠.”

지역적 특성이 강한 책들을 주로 골라 들여온 뒤 우편으로 판매하던 그는 1988년 창고에 작은 서점을 열었고 1990년엔 아예 출판사를 차렸다. 20년간 미국이나 영국에서 출판된 책은 단 한 권도 취급하지 않는데도 연간 250만 루피(약 5300만 원)가량의 책이 팔린다. 그의 서점은 론리플래닛 가이드 등에도 등장하는 지역 명소이기도 하다.

‘아더 북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서양 기준에서 벗어난 독창적 사고와 작품’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2002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학자들과 함께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사회과학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멀티버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구는 앉아서 철학을 하지만 티베트, 인도의 철학은 실행을 강조하는 세러피 시스템입니다. 서양인들이 요가를 배우러 수천 명씩 인도에 오는데 정작 인도 대학에서는 인도 철학과 심리학을 가르치지 않아요.”

그는 “인도, 한국, 중국은 미국보다 역사가 오래됐고 나름대로 철학 수학 등의 문제를 해결해 온 경쟁력 있는 문명”이라며 “중요한 것은 자국의 전통이 서구의 것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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