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가 떨고 동굴이 울고… 우도 동안경굴서 ‘신비한 음악회’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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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인근 우도의 ‘동안경굴’에서 21일 열린 ‘2006 우도 동굴음악회’. 동굴의 천연 음향 장치 덕분에 ‘C&C 체임버 앙상블’이 연주하는 오페라와 가곡 등이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우도=전승훈 기자
제주도 인근 우도의 ‘동안경굴’에서 21일 열린 ‘2006 우도 동굴음악회’. 동굴의 천연 음향 장치 덕분에 ‘C&C 체임버 앙상블’이 연주하는 오페라와 가곡 등이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우도=전승훈 기자

“파도치지 않아도 우도여, 넌 노래다./ 누가 이 그리움 통발로 가뒀는지/ 한 마리 고래콧구멍, 석관악기(石管樂器) 불어댄다.” (오승철 시 ‘고래콧구멍’)

제주 성산포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섬속의 섬’ 우도. 제주도 주변을 오가는 배를 안내하는 우도 등대 밑에는 파도의 침식에 의해 생겨난 ‘동안경굴’이 있다. 이 곳에서는 21일 오후 3시반 ‘2006 우도 동굴음악회’가 열렸다.

매달 보름에 한 번 찾아오는 물 때의 간조시간에 이 동굴로 연결되는 통로가 드러난다. 동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시간. 이 때문에 음악회는 마치 ‘게릴라 작전’을 방불케 하듯 치러졌다. 좁은 동굴 입구를 통해 악기를 옮기고, 조명을 설치하고, 간이 의자로 객석을 만들고….

우도의 검은 모래 해수욕장을 지나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약 3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파도가 동굴입구를 휘감아 돌때마다 숨을 쉬듯 물을 뿜어댔고, 동굴은 파도소리에 ‘우~웅’하고 울어댔다. 왜 이 동굴을 제주도 사람들이 ‘고래콧구멍’이라고 부르는 지 이해가 갔다.

무대는 동굴입구에서 약 30미터 쯤 들어간 곳에 설치됐다. 연주자는 제주시향 단원들로 구성된 ‘C&C(동굴콘서트) 체임버 앙상블’, 호른 김영률, 소프라노 신지화, 테너 현행복, 베이스 박근표 씨. 모차르트 오페라와 호른협주곡, ‘가고파’ 등 우리 가곡은 바닷가 풍경과 어우러져 절묘한 감동을 자아냈다. 특히 ‘동굴은 자연이 빚어낸 석관악기(石管樂器)’라는 했듯이 동굴 벽 곳곳에 부딪쳐 생겨나는 소리의 반향음은 신비 그 자체였다.

특히 제주시향 지휘자 이동호 씨가 직접 작곡한 ‘고래들의 합창’은 플루트, 오보에, 바순, 튜바 등의 관악주자들이 동굴 구석 곳곳을 거닐거나 방향을 바꾸어 가며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 연주하는 선율이 마치 고래들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인상 깊었다.

이 씨는 “멘델스존이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던 도중 바닷가 해식동굴을 보고 ‘핑갈의 동굴’ 서곡을 지었듯이, 물살이 동굴 안으로 흘러들고 해녀들이 물질하는 풍경이 내다 보이는 제주의 해식동굴은 특별한 음악적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관객 최문선 씨(32·여·북제주군 신촌리)는 “가을이 왔지만 별로 느낄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바닷가 동굴 속에서 음악을 들으니 마치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 듯 가슴이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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