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 같았던 글쟁이 이문구…당신이 빚은‘魂’ 여기 바칩니다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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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충남 보령시 관촌마을에서 열린 ‘이문구 전집 봉헌제’에는 이문구 선생과 가깝게 지냈던 문우들이 모였다. 오른쪽부터 박덕규 황충상 김윤식 임경애 임우기 김주영 씨. 보령=김지영  기자
28일 충남 보령시 관촌마을에서 열린 ‘이문구 전집 봉헌제’에는 이문구 선생과 가깝게 지냈던 문우들이 모였다. 오른쪽부터 박덕규 황충상 김윤식 임경애 임우기 김주영 씨. 보령=김지영 기자
작은 집 몇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한때 갯벌이었던 들판에는 곡식이 익어가고 있었다. 큰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설가 명천 이문구(鳴川 李文求·1941∼2003·사진) 선생 생가가 있었다. 평범한 시골집이어서 길목의 문학비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집 뒤에는 넓은 소나무 밭이 펼쳐져 있었다.

충남 보령시의 관촌마을은 그의 대표작 ‘관촌수필’의 무대가 된 곳이다. 28일 이곳에서 ‘이문구 전집’(전 26권·랜덤하우스) 완간을 기념한 ‘전집 봉헌제’가 열렸다.

“이문구가 1970년대 계간 ‘한국문학’ 주간으로 일할 때 종종 사무실에 놀러갔습니다. 사람들 맞고, 보내고, 난로에 불 때고, 찻잔 나르고…. 어찌나 바쁜 모습이었는지요. 그런데 틈틈이 뭔가 쓰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관촌수필’이었습니다. 나를 울게 만든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죠.” 소설가 김주영 씨는 “그는 너무나 그리운 사람이 됐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도 “‘관촌수필’을 읽다 보면 작가의 기품 있고 성실한 성품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면서 “작품의 무대에 오니 그 향취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선생은 농촌소설의 전범을 보여 준 작가다. 그는 농촌의 원형과 산업화에 따른 해체 과정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사투리를 아름답게 구사하는 독특한 문체로 인해 그의 소설은 ‘우리말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농촌의 삶을 구수한 입말로 다룬 그의 문학은, 작가가 나고 자란 고향 보령에 빚지고 있다.

평론가 임우기 씨는 “이문구는 ‘작가의 말공부는 저도 모르게 잃거나 잊거나 흘리고 놓쳐 버린 말들을 되찾는 일’이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풍성한 충청도 사투리로 가득한 그의 소설은 이 같은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돌아봤다.

전집이 올려진 제상을 앞에 두고 후배 작가 황충상 씨가 잔을 올렸다. 이를 지켜보던 선생의 부인 임경애 씨는 “다들 애쓰신 덕분에 전집이 완성됐다”면서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이 전집은 단편부터 연작소설과 산문, 유고 시집까지 작가의 40년 문학 인생이 총망라됐다. 보령시는 이문구문학관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소설가 한승원 박덕규 이혜경 씨, 시인 강형철 이정록 씨, 서울대 권영민 교수, 신준희 보령시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보령=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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