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니시카와 교수 “세계화는 민족주의와 동반자”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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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는 국민국가를 공격하고 그 경계를 침범해 왔지만 언제나 민족주의를 동반하고 민족주의를 필요로 하는 모순적 양상을 보여 왔다.”

서로 모순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구화(세계화)와 민족주의가 공생 관계임을 설파하는 일본 석학의 특강이 20일 오후 1시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주인공은 니시카와 나가오(西川長夫·74·사진)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 1934년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한반도와 만주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그는 민족주의와 식민주의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데 평생을 받쳤다.

그는 근대세계의 합리와 이성의 실현체로서 근대국가를 부정하면서 그 근대국가에 길들여진 현대의 국민을 ‘괴물’이라 비판하며 그 해방을 주창한 ‘국민이라는 괴물’(2002년 번역출간)을 통해 국내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니시카와 교수는 ‘지구화시대의 신식민주의를 묻는다’는 이번 강연에서 지구화가 영토가 아닌 시장의 지배를 통해 ‘식민지 없는 식민주의’ 또는 ‘국가 없는 식민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런 신식민주의가 신자유주의의 국가주도 민족주의, 이민배척과 인종차별주의로 표출되는 극우 민족주의, 복지국가 유지를 주장하는 좌파 민족주의, 서구적 가치에 반발하며 전통의 보존과 강화를 외치는 근본주의적 민족주의와 공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시카와 교수는 그 메커니즘을 중심과 주변의 이중주로 풀어낸다. 즉, 지구화를 추진하는 중심부국가의 민족주의 유형과 그에 대항하는 주변국가의 민족주의 유형이 서로 호응하면서 이들 국가 각각의 주변부를 억압하는 ‘내국(內國) 식민주의’를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방한에 발맞춰 그의 탈국가이론을 문명과 문화에 접목한 ‘국경을 넘는 방법’(일조각)이 국민대 한경구 교수 등의 번역으로 이번 주 출간됐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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