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이해하기 20선]<13>세계는 평평하다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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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평한 세계에서 내가 딸들에게 주는 충고는 매우 짧고 메마를 수밖에 없다. “얘들아,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밥은 남기지 말고 먹어야지. 지금 중국이나 인도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단다.’ 하지만 나의 충고는 다르다. ‘얘들아, 숙제는 끝내야지. 중국과 인도에는 네 일자리를 가져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단다.’”―본문 중에서》

510여 년 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인도를 찾아 떠난 항해를 마친 뒤 이사벨라 여왕에게 ‘지구는 둥글다’고 보고했다. 21세기 초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도 인도 여행을 마친 뒤 아내에게 ‘보고’했다. “여보, 내 생각에는 말야. 지구는 평평해.”

저자는 세계화가 완전히 이루어져 더는 아무런 장벽이 없는 상태를 ‘세계가 평평해졌다’고 표현한다. 이는 제3단계의 세계화로서 개개인의 세계화다. 이 책은 21세기에 들어 디지털 혁명으로 세계 사람들의 동시적 비즈니스 수행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기회를 찾아내고 적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세계화 1.0시대 변화의 동력이 국가, 세계화 2.0시대에는 기업이었다면 세계화 3.0시대 변화의 주체이자 동력은 개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미 1999년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에서 기업의 세계화인 제2단계의 세계화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세계화 3.0시대, 즉 제3단계의 세계화 시대에서는 개인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경쟁하게 되었다. 개인이나 집단이 세계화를 해 나가는 데 필요한 힘 역시 군사력이나 하드웨어가 아니라 광케이블을 통한 네트워크와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웨어다.

저자는 특히 중국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지식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와 동시에 경쟁하게 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가 직접 여행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다. 사실 중국이나 인도, 세계 어디라도 여행을 하다 보면 금방 눈에 띄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화를 많이 소개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렇지!’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더는 장벽 노릇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기술의 도약으로 정보나 지식이 더는 장벽이 되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가 이를 웅변하는 증거다. 인터넷 사용의 확산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새로 개발한 기술을 3개월이면 중국에서 재현할 수 있고 ‘위키피디어’처럼 만인이 참여하는 백과사전이 생겨났다.

아웃소싱이나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은 미국의 뉴멕시코 주와 캘리포니아 주가 철도로 연결되듯 자연스럽고 영구한 현상이며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당장 내게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장벽을 세우려 해도 세상은 이미 평평해져서 그렇게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평평한 세상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저자는 논한다. 미국은, 개발도상국은, 그리고 기업과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며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변해 버린 새 세상에서 경쟁력 있게 살아 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저자의 진지한 노력이 눈에 띈다. 사실 그 같은 고민은 한국에서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닐까. 한국의 지식인과 지도층에는 왜 그 같은 고민이 결여돼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아쉬웠다.

양동표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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