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6>立賢無方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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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모든 조직은 결국 사람이 운영한다. 경영의 핵심도 정치의 핵심도 결국은 현명한 인재를 구하는 것이다. 현명한 인재는 어떻게 구하는가? 湯(탕) 임금은 ‘立賢無方(입현무방)’을 그 방법으로 제시한다. ‘立’은 ‘서다, 세우다’라는 뜻이다. ‘獨立(독립)’은 ‘홀로 서다’라는 뜻이며, ‘設立(설립)’은 ‘설치하여 세우다’라는 뜻이다. ‘賢’은 원래 ‘재물을 잘 관리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賢’에는 ‘넉넉하다, 재물을 나누어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다’라는 뜻이 있다. 이러한 뜻으로부터 ‘어질다, 현명하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어 나왔다. ‘無’는 ‘없다’는 뜻이다.

‘方’은 ‘모, 각(角)’을 나타내는 말이다. ‘모’나 ‘각’은 가로선과 세로선이 직각으로 만나는 점을 뜻한다. 이에 따라 ‘方形(방형)’은 ‘각을 가지고 있는 형태, 즉 네모진 형태’를 나타낸다. ‘모’나 ‘각’은 또한 방향, 방위를 나타내므로 ‘方’에는 ‘방향, 방위’라는 뜻도 생겨나게 되었다. ‘모’나 ‘각’은 두 선이 만나는 곳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方’에는 ‘곳, 처소’라는 뜻도 있다. ‘모’나 ‘각’을 이루는 선분의 모양을 보자. 사각형에서 네 개의 선분은 모나 각을 만날 때까지 곧바르게 직진한다. 그러므로 ‘方’에는 ‘바르다, 곧다’라는 뜻이 생긴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方正(방정)하여 우등상을 받는 자’의 품행은 ‘곧고 바르다’는 뜻이다. 사각형의 두 개의 가로선과 두 개의 세로선은 모나 각을 만날 때까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方’에는 ‘같은 무리’라는 의미가 생긴다. ‘立賢無方’의 ‘方’은 ‘같은 무리’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立賢無方’은 ‘현명한 사람을 세울 때는 같은 무리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는 말이 된다. 현명한 사람을 찾을 때는 오직 ‘그 사람이 현명한가 아닌가’만을 보아야 한다. 가족 관계를 찾거나, 고향 사람을 찾거나, 같은 학교 출신을 찾는 행위 등은 모두 ‘같은 무리’를 찾는 것에 다름 아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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