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은 ‘모, 각(角)’을 나타내는 말이다. ‘모’나 ‘각’은 가로선과 세로선이 직각으로 만나는 점을 뜻한다. 이에 따라 ‘方形(방형)’은 ‘각을 가지고 있는 형태, 즉 네모진 형태’를 나타낸다. ‘모’나 ‘각’은 또한 방향, 방위를 나타내므로 ‘方’에는 ‘방향, 방위’라는 뜻도 생겨나게 되었다. ‘모’나 ‘각’은 두 선이 만나는 곳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方’에는 ‘곳, 처소’라는 뜻도 있다. ‘모’나 ‘각’을 이루는 선분의 모양을 보자. 사각형에서 네 개의 선분은 모나 각을 만날 때까지 곧바르게 직진한다. 그러므로 ‘方’에는 ‘바르다, 곧다’라는 뜻이 생긴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方正(방정)하여 우등상을 받는 자’의 품행은 ‘곧고 바르다’는 뜻이다. 사각형의 두 개의 가로선과 두 개의 세로선은 모나 각을 만날 때까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方’에는 ‘같은 무리’라는 의미가 생긴다. ‘立賢無方’의 ‘方’은 ‘같은 무리’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立賢無方’은 ‘현명한 사람을 세울 때는 같은 무리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는 말이 된다. 현명한 사람을 찾을 때는 오직 ‘그 사람이 현명한가 아닌가’만을 보아야 한다. 가족 관계를 찾거나, 고향 사람을 찾거나, 같은 학교 출신을 찾는 행위 등은 모두 ‘같은 무리’를 찾는 것에 다름 아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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