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금관 송편… 한국에 빠졌어요”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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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과정 연수생들이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실에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탈가툴리, 투, 사탈, 신투손 씨. 전영한 기자
한국 전통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과정 연수생들이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실에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탈가툴리, 투, 사탈, 신투손 씨. 전영한 기자
한국박물관에 사는 외국인?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전시관. 신기한 듯 유물을 관람하는 외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도 처음엔 관광객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매일 모습을 보이자 한 한국인이 그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박물관에 올 때마다 있던 것 같은데 뭐하시는 분들이세요?”

캄보디아에서 온 쿤 사탈(23·여), 베트남인 안짜투(30·여), 카자흐스탄에서 온 세이센베크 잔도스 탈가툴리(27), 태국인 안찰리 신투손(31·여) 씨가 그 주인공.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과정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기 위해 연수 중인 젊은이들이다. 민속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모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이야기가 한창이다.

“저는… 갑자기 제목이 생각 안 나네. 카지노 나오는 드라마(‘올인’)를 즐겼어요. 드라마 보다 보니 한국어 공부가 많이 됐죠.”(탈가툴리 씨)

“태국에서는 TV를 켜면 한국 드라마가 많이 나와요. ‘대장금’이 유명해요. 가수 비도 인기가 많죠. 한류를 접하다 보니 대중문화 못지않게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커졌어요.”(신투손 씨)

이들은 요즘 한국어 공부와 더불어 각자의 연구 주제에 빠져 산다. 투 씨는 한국 명절을 연구 중이며 사탈 씨는 한국 고고학 유물과 유물 관리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신투손 씨는 태국 내 한국 전통복식 전시 기획을 목표로 한복 연구에 한창이다. 탈가툴리 씨는 카자흐스탄 중앙박물관 한국실 운영을 위해 한국 도자기 전반을 공부 중이다.

“베트남에도 한가위가 있어서 추석이 친근합니다. 한국 추석을 연구해 그 풍속을 페스티벌 형식으로 만들고 싶어요. 라이스 케이크, 발음하기 어렵던데… 떡, 아 송편 같은 음식 문화도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제일 먼저 한국 명절에 대해 배운 건 ‘트래픽 잼’이에요.(웃음)”(투 씨)

탈가툴리 씨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는 선이 너무 예뻐요. 다른 나라 산은 삐죽한데 한국의 산이 곡선이 부드러워서 그런 것 같아요. 한국 도자기의 형태, 그림, 재질 등을 중앙아시아 도자기와 비교하고 싶어요. 한국문화에서 역시 최고는 도자기입니다. 유려하고 곱고 아름다운 그 선의 미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조선도자 소반 등과 관련된 공부에 한창인 그는 2003년 세워진 카자흐스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전시실 운영에 자신의 경험이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하면 김치, 한국 기업(LG 삼성)을 먼저 생각했는데 이제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 곳곳에 있는 전시품들이 생각이 난다”고 말한다.

“처음 한국에 와서 신라 금관을 봤을 때가 생각이 나요.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됐어요. 왕의 권위와 예술적 감각이 놀랍도록 잘 표현된 것 같아요.”(사탈 씨)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태국 사람들이 다 옷이 예쁘다고 합니다. 한복은 ‘바람’ 같아요. 새, 연꽃 등 자수도 아름답지만… 뭐랄까? 느낌이 바람처럼 신비롭고 시원해요. 한국 전통의상은 사계절에 따라 다르잖아요. 태국은 날씨가 덥다 보니 복식이 단순해요.”(신투손 씨)

그는 태국 치앙샌 박물관에서 조선시대 복식 특별전을 기획할 예정이다. 분위기를 바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꽃으로 드라마나 가수보다는 월드컵 응원전을 꼽았다.

“월드컵 때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직접 본 붉은악마 거리응원은 대단했어요. 대중 스스로 응원팀을 조직하고 마음껏 응원하고 이런 게 진짜 한국 대중문화 같아요. 난타공연, 비도 좋지만요. 연수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제대로 한국을 배울 겁니다.”(투 씨)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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