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역사극을 가로지르는 록과 힙합 ‘바람의 나라’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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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주인공 무휼(왼쪽)과 그의 차비(次妃) 연.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창작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주인공 무휼(왼쪽)과 그의 차비(次妃) 연.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만화가 김진이 1992년부터 15년째 그리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2001년 뮤지컬로 처음 만들어져 무대에 올랐다. 1996년부터 그래픽 온라인 게임으로 선보여 대히트를 기록했고 2004년에는 소설로도 나왔다. 하지만 이것들을 다 섭렵한 사람이라도 14일 막이 오르는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배경은 고구려 초기. MBC 드라마 ‘주몽’과 SBS ‘연개소문’ 등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인기를 얻고 있어 타이밍이 좋다. 2001년 뮤지컬의 주인공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였지만 이번 주인공은 유리왕의 아들이자 호동왕자의 아버지인 3대 대무신왕 무휼.

삼국사기에 따르면 무휼은 낙랑을 정벌하고 중국 한나라와 싸운 전쟁의 왕이다. 무휼의 사랑과 전쟁 이야기, 전쟁과 권력을 좇는 아버지와 평화와 상생을 추구하는 아들의 갈등이 주요 줄거리다.

이 작품은 단순명쾌한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원작을 압축해 만든 독립적인 11개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한 무대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환상과 현실이 오간다. 대사가 아니라 이미지와 움직임이 중심이 되는 뮤지컬을 표방한다. 관객에게는 불친절한 작품일 수 있다.

연극 ‘클로저’와 뮤지컬 ‘헤드윅’을 연출했으며 처음으로 창작 뮤지컬에 도전하는 연출가 이지나 씨는 “한국 창작 뮤지컬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민족적인 색채를 덜어낸 글로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작진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 2막의 전쟁 장면에는 모든 출연진이 등장하는데 대사 없이 12분간 음악과 춤으로만 표현해 그 자체가 하나의 무용극 같다. 안무가 안애순 씨는 전쟁과 폭력을 긴장감 있는 음악과 무용수들의 동작을 통해 추상적으로 다가오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역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록과 테크노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나오는 것도 매력이다. 패션 디자이너 홍미화 씨는 ‘오리엔탈 로맨티시즘’을 표현한 천연 소재의 무대 의상으로 볼거리를 더했다.

주인공 무휼 역에는 일본 극단 ‘시키’에서 활동했던 고영빈과 KBS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에 출연 중인 신인 김산호가 더블 캐스팅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14일, 18∼20일은 오후 7시반, 15∼17일과 21일은 오후 3시, 7시반. 3만∼6만 원. 1544-1555, 1588-7890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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