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국에 처음 와서 익힌 말이 부산여대 시절 배운 부산사투리였다. 부산사투리는 쓰면 쓸수록 정겨웠다. 영화 ‘친구’를 보면서 킬킬거릴 정도가 됐으니 나도 ‘부산 가시나’가 다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생활이다. 부산사투리를 쓰면 주변 사람들이 신기하다 못해 엽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엔 그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표준어 때문이고, 경상도든 전라도든 충청도든 사투리를 쓰면 은근히 무시당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중국도 베이징 사람들이 쓰는 말이 표준어로 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광둥, 상하이, 항저우 등지에는 수백 가지 사투리가 혼재돼 있다. 언중(言衆)생활에 지장만 없으면 사투리를 쓴다고 하여 ‘왕따’가 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달 말 지역어 연구모임 ‘탯말두레’가 “현행 표준어 일변도의 어문정책을 폐지하고 지역의 학생들에게 사투리를 교육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탯말은 태내에 있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라는 뜻으로, 사투리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의 주장은 ‘각 지역의 언어는 해당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응축된 것이므로 서로 간에 우열이 없다’는 것이며, ‘교육과정에서 차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그 지역 냄새가 물씬 나는 사투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일이 많은데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나는 비록 외국인이긴 하지만, 탯말두레 회원들의 탯말모음 책 출간과 활동은 한국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무형의 자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이란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다양할수록 좋다.
그렇나, 안 그렇나? 니는 우째 생각하는데?
필자는 중국 항저우 출생으로 연변대 조선어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성균관대에서 동아시아학 협동과정 2기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주메이(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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