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5>倫(륜)·輪(륜)·論(론)

  • 입력 2006년 6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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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倫(륜)·輪(륜)·論(론)’에는 모두 ‘侖(륜)’자가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倫·輪·論’의 의미는 각각 ‘侖’과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종이가 없었던 시대에는 나무를 반듯하고 길게 잘라서 그곳에 글씨를 썼다.

그리고 이 나무의 상하에 구멍을 뚫고 가죽끈을 맨 다음, 상부는 상부대로, 하부는 하부대로 가죽끈을 연결하였다. 이것이 책의 최초 형태이다. 이러한 책은 둥글게 말아서 보관하였다. ‘侖’은 이렇게 둥글게 말아서 세워 놓은 책을, 약간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았을 때의 모양을 그린 것이다.

‘侖’의 상부는 말아 놓은 책의 둥근 모양을 나타내며, 하부는 길쭉하게 서 있는 나무쪽의 형태를 나타낸다. ‘侖’의 의미는 ‘둥글다, 조리를 세우다’인데, ‘둥글다’는 말아 놓은 상부를 나타내며 ‘차례, 조리를 세우다’는 반듯하게 깎아서 차례로 세워져 있는 책의 모양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侖’이 들어가 있는 한자는 모두 둥글게 말아 놓은 나무쪽의 모양과 관련이 있다. ‘倫’은 ‘인(사람·인)’과 ‘侖’이 합쳐진 한자로서 ‘인륜, 무리, 순서’의 뜻을 갖는다. ‘인륜’은 곧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이며, ‘무리’는 사람이 나무쪽처럼 빼곡하게 서 있는 것을 나타낸다. ‘순서’는 나무쪽이 순서대로 서 있는 것을 나타낸다. ‘輪’은 ‘車(수레 거)’와 ‘侖’이 합쳐진 한자로서 ‘바퀴, 돌다, 구르다, 수레’의 뜻을 갖는다.

‘바퀴’는 나무쪽을 둥글게 말아 놓은 모양과 일치하므로 생겨난 의미이고 ‘바퀴’는 도는 것이므로 ‘돌다, 구르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또한 ‘바퀴’는 곧 수레 전체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으므로 자연히 ‘수레’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論’은 ‘言(말씀 언)’과 ‘侖’이 합쳐진 한자로서 ‘조리가 있는 글, 견해, 학설, 사리를 밝히다, 토론하다’의 뜻을 갖는다. ‘조리가 있는 글, 견해, 학설’은 곧 ‘조리가 있는 말이나 생각’이며 ‘사리를 밝히다, 토론하다’는 모두 조리를 세워 가려는 행위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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