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33>의사와 상담할 때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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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에게 스토커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자기 아이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물어온다.

최근엔 그 집 아이가 병원에서 피부묘기증 진단을 받았다. 피부묘기증이 무엇이냐로 시작된 질문은 아토피와 뭐가 다르냐? 언제쯤 낫느냐? 피부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음식은 어떻게 먹여나 되나? 처방된 약의 정체는? 부작용은? 등등 끝도 없이 이어진다.

도대체 담당의사는 아무 말도 안 해주더냐고 묻자 친구는 궁색하게 변명한다.

“음…. 진료실에서는 이상하게 떨려서….” 이 친구는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아도 막상 의사 앞에서는 머리가 텅 비고 할 말도 없어진단다. 의사 앞에선 초긴장하는 전형적인 ‘화이트가운증후군’이다.

이런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사와의 갑작스러운 만남은 진료시간을 줄여줄지언정 궁금증을 풀게 하지는 못한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갈 땐 꼭 질문할 내용을 적은 메모지와 필기구를 챙기자. 똥 싼 기저귀나 이유식 식단 등 의사에게 보여 줄 물증을 챙기는 것도 좋다.

의사를 만나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서 의사의 말문이 트이게 하자.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물어볼 순 없다. 육아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보다는 의학과 관련된 분야를 물어보자. 필요하면 의사의 설명을 기록해 두고 또 의학용어가 생소하다면 쉬운 말로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처방된 약물이 궁금하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자.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항생제, 콧물약, 기침약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다. 병원을 바꾸는 경우라면 이전 병원에서 먹었던 약이나 처방전을 의사에게 보여 주면 도움이 된다. 감기, 소화불량 등 가벼운 질환은 이러한 질환에 대해 임상 경험이 많은 동네 소아과를 찾아가는 게 좋다.

대학병원에서는 중증 환자가 많아 아기 환자는 ‘찬밥신세’가 될 수 있고 의사의 진료시간도 지체돼 괜히 아기만 고생할 수 있다. 이왕이면 과묵한 의사보다는 말을 많이 해 주는 의사가 좋다. 소아과 질환은 엄마의 육아방식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질환과 관련된 육아상담도 받는다.

같은 질환에도 처방약 가짓수가 많은 의사도 있고, 적은 의사도 있다. 환자는 자신의 취향과 맞는 의사를 택하면 된다. 대체로 젊은 엄마일수록 가짓수가 많은 ‘책처방’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 아기에게 중증이나 난치성 질환이 있다면 적어도 2, 3명의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많이 알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많이 알려 주는 게 의료계의 현실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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