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찐찐군과 두빵두’…아빠의 빈자리 함께 채우자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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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찐군과 두빵두/김양미 글·김중석 그림/189쪽·8500원·문학과지성사(초등 5년 이상)

엄마만큼 살갑게, 혹은 귀찮을 만큼 꼼꼼하게 돌봐주진 않지만 아빠의 무게감은 크다. 엄마처럼 꼭꼭 안아주진 않지만 따뜻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엄마처럼 이것저것 물어보진 않지만 꼭 필요한 한마디 얘기를 엄하게 해주는 아빠.

두 아이에게는 그런 아빠가 없다. 한 아이의 아빠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고, 또 한 아이의 아빠는 호주에서 11년째 공부한다며 귀국하질 않는다. 두 아이 모두 엄마가 따뜻하게 보살펴주지만 아빠의 부재를 메울 순 없다.

책은 아빠 없는 두 아이가 우정을 쌓아가는 얘기다.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이름은 ‘찐찐군’과 ‘두빵두’. 골목길 만두집 유리창에 ‘찐만두/찐빵/군만두’라는 메뉴가 한 줄씩 쓰인 것을 보고, 가로 대신 세로로 읽은 것이다.

두 아이의 만남을 통해 찬찬히 드러나는 것은 아빠의 자리다. 아빠가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찐찐군은 현실에 잘 적응할 수 없다. 찐찐군은 반 친구들이 자기 집안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버리곤, 그저 ‘친구’가 아니라 ‘또래’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들과 거리를 유지한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낙천적인 두빵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얼굴도 모르는 아빠가 언젠가는 오리라는 기대를 버릴 수가 없다.

이야기가 전하는 것은 새로운 관계 맺기다. 아빠가 없다는 것 때문에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다. 비관적인 한 아이는 망설이고 턱없이 밝은 한 아이는 너무 많이 적극적이다. 작가는 이런 감정의 줄다리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두빵두와 나 사이에 흐르는 기운이 벽돌처럼 딴딴하게 뭉쳐 내 어깨를 짓눌렀다’ ‘말[언]한테도 생각이 있는 듯했다. 자기가 나서야 할 때는 언제고 나서면 안 될 때는 언제인지에 대한 생각이’ 같은 감성 어린 문장들은 작가의 정성을 짐작하게 한다.

친구를 통해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세상과도 소통하기까지 아이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아픔을 거쳐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아이들의 모습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의 진짜 삶은 그때부터 시작됐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제2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으로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솜씨와 안정된 문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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