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비트겐슈타인 쉽게 읽는다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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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사진)은 철학과 출신의 록가수가 그룹명으로까지 차용할 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한 철학자지만 명성에 비해 실체를 접한 이들은 드물다.

그것은 철학계의 관행적 ‘엄살’ 때문이다. 그의 철학이 난해하다고 알려진 데는 그를 그토록 극찬한 버트런드 러셀에 대해서조차 자신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한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철학계의 자격지심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21권짜리 ‘니체전집’을 완간한 책세상 출판사에서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도전한다. 전 7권으로 기획한 비트겐슈타인 전집 중 1차분으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전·후기를 각각 대표하는 ‘논리-철학논고’와 ‘철학적 탐구’를 출간했다.

1990년대 중반 이를 처음 번역했던 부산대 이영철 교수가 그 후 출간된 유럽의 전집을 비교해 새롭게 손을 봐 출간했다. 앞으로 ‘소품집’ 등 유고들과 제자들이 비트겐슈타인의 강연록을 정리한 ‘청색책·갈색책’ 등이 출간될 예정이다. 전집 전체 번역을 이 교수 혼자서 맡는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심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인들이 손도 못 댈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공학도 출신의 이 철학자로 하여금 서른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수천 년의 철학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게 만든 처녀작 ‘논리-철학논고’는 100쪽도 안 된다.

‘언어는 세계의 사실을 그려낼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데 철학적 물음이나 주장은 그러한 사실 기술과 무관한 비의미적 명제들이기 때문에 해답이 불가능하다’는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웬만한 철학개론서에 다 등장한다. 그러나 마치 노자의 ‘도덕경’이나 ‘장자’처럼 영감이 풍부한 문장의 묘미는 ‘논리-철학논고’를 직접 읽을 때만 만끽할 수 있다.

매우 짧은 문장의 연속으로 이뤄진 이 책의 7장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이 짧은 문장의 아우라는 오로지 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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