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통신]등반자금 마련 위해 공수부대에서 장기복무

  • 입력 2006년 5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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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등정로를 개척하는 한국의 원정대원들. 올해 봄 티베트 베이스캠프에 진을 친 각국 원정대는 20팀에 이른다. 에베레스트=전 창 기자
에베레스트 등정로를 개척하는 한국의 원정대원들. 올해 봄 티베트 베이스캠프에 진을 친 각국 원정대는 20팀에 이른다. 에베레스트=전 창 기자
《올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 등정을 위해 티베트 베이스캠프에 진을 친 세계 각국의 원정대는 20개 팀. 중국 인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내로라하는 등반가들이 득실거린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곳 베이스캠프에서 최고 스타는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영석(43) 등반대장.

박 대장은 인사용으로 등정기록을 실은 엽서를 500여 장 가져왔다. 하지만 워낙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원정온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동나 버렸다.

외국 원정대 대장들이 백이면 백 박 대장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대원을 어떤 기준으로 뽑고 또 경비는 얼마씩이나 걷는지’가 그것.

박 대장의 대답은 이렇다. “얼굴 보고 뽑고요, 경비는 제가 다 대요.” “??” 대원들에게 원정 비용을 분배하는 데 익숙한 외국 대장에게는 무척 당황스러운 대답이다.

사실이다. ‘얼굴 보고 뽑는다’는 얘기는 안면이 없는 사이라도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 봐서 산에 오를 의지가 확인되면 OK라는 말이다.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대원을 뽑는 것으로 유명한 박 대장의 스타일은 이번 원정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17명의 대원 중 박 대장과 오희준(36) 부대장만이 히말라야 8000m 고산 등정 경험이 있고 나머지는 전혀 없다. 특히 정상 공격의 주축인 20대 대원 5명은 산악인들의 추천을 받고 박 대장과 면담한 뒤에 전격 발탁됐다. 개인당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원정 비용도 모두 박 대장 부담.

과연 세계 최고봉을 오를 수 있는 행운을 잡은 비결은 뭘까? 박 대장은 말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 패기가 없잖아, 그런데 쟤들을 봐, 좀 골 때리기는 하지만 하려는 의지가 보이잖아? 저런 친구들 키우는 게 산악인 선배의 의무야.”

이렇게 해서 선발된 이들은 이형모(27·관동대 산악부 OB), 오영훈(28·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김영미(26·강릉대 산악부 OB), 유일삼(25·동국대 재학 중), 이해민(22·연세대 재학 중) 씨. 이들을 소개한다.

▽이형모=강원 원주시 치악산 자락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산봉우리 두세 개를 넘어 등교했다고 한다. 대학 2학년 때 본격적인 산악인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문제는 돈. 그래서 학교를 휴학하고 공수부대 부사관으로 장기 복무를 신청해 4년 5개월 동안 군 생활을 해서 원정자금 3000만 원을 마련했다. 강릉지역 산악회 원로들이 강력히 추천해 원정대에 합류했다. 특기는 체조. 새천년 건강체조라는 국악풍의 노래에 태권도와 탈춤 동작이 가미된 ‘특이한’ 체조를 아침이고 밤이고 즐긴다. 이를 셰르파들에게 전파했을 정도다. 필체를 고치겠다고 펜글씨 교본을 챙겨 와 대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岳읏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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