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과 소득사이’ 종교인 과세 논란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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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목사, 신부 등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7일 밝혀졌다. 재정경제부 허용석(許龍錫) 조세정책국장은 7일 “지난달 국세청으로부터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가’라는 내용의 질의를 받아 현재 검토 중”이라며 “근소세 과세 여부 등 여러 상황을 모두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 종교인도 근소세 내야 하는가

국내에서는 그동안 종교인에 대한 비(非)과세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현행 소득세법은 면세 조항을 두고 있으나 종교인이 종교단체에서 받는 보수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종교비판자유실현 시민연대(종비련)’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종교인에게 근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종비련은 “예술가나 작가도 별도의 면세 조항이 없어 모두 근소세를 납부하고 있다”며 “종교인도 당연히 근소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전국에 등록된 10만여 명의 목사 가운데 약 97% 이상은 소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소득은 신도 수에 비례해 100명이면 연봉 3000만∼4000만 원, 1000명이면 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종비련은 4일 이주성(李周成) 국세청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과세 반대론자들은 “종교인이 불특정 다수에게서 기부금(헌금)을 받았다면 일종의 후원금에 해당돼 과세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종교인들의 활동은 직업인으로서의 활동이라기보다 봉사의 의미가 크다”며 “이들의 수입을 봉사 활동에 대한 지원비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정부

정부는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세당국 관계자는 “종교기관이 헌금을 장부상 ‘수입’으로 처리한 뒤 종교인에게 명목상 ‘임금’으로 지급하더라도 이는 회계처리 형식에 불과할 뿐 실제로 이를 근로소득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지는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종교인이 종교기관에서 받는 수입에 근소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서는 가톨릭 신부, 수사, 수녀들이 대체로 근소세를 내고 있으며 인천평화교회 윤인중 목사, 인천 나섬교회 백영민 목사 등 일부 목사가 최근 자진해서 근소세 납부 결의를 했다.

하지만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는 사안이 민감한 데다 법의 잣대로 쉽게 재단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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