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7>列(열)

  • 입력 2006년 4월 2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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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열)’은 ‘줄, 행렬’이라는 뜻이다. ‘줄’이나 ‘행렬’은 늘어져 있으므로 이로부터 ‘늘어놓다, 벌려 놓다’라는 뜻이 나온다. ‘줄’이나 ‘행렬’은 잘 정돈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정돈하다, 가지런하다’라는 뜻도 생겨나며, ‘줄’이나 ‘행렬’은 차례를 지어 서 있는 것이므로 ‘차례, 등급’이라는 뜻도 나오게 되었다. 또한 ‘줄’이나 ‘행렬’은 각각 갈라진 형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에서 ‘찢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列車(열차)’는 ‘줄지어 있는 차’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기다란 기차를 나타내며 버스를 나타내는 일은 없다. ‘陳列(진열)’은 ‘줄을 지어 늘어놓다’ 혹은 ‘정돈하여 늘어놓다’라는 말이다. ‘陳’은 ‘늘어놓다’라는 뜻이다. 요즈음에는 잘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班列(반열)’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예를 들면 새 인물이 총리가 되었을 때, ‘그는 이제 재상의 班列에 올랐다’라고 말한다. 이 경우의 ‘班’은 ‘지위’라는 뜻이고 ‘列’은 ‘등급’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班列’은 ‘지위’를 나타내는데, 일반적으로 ‘높은 지위, 높은 등급’을 나타낸다. ‘烈(열)’은 ‘列’과 ‘火(불·화)’가 합쳐진 글자로서 ‘불길이 줄지어 있음’을 나타낸다. 불길이 줄지어 있으므로 ‘烈’은 ‘밝다, 빛나다’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하고, 맹렬한 불길을 연상하여 ‘강하다, 세차다, 엄하다’라는 뜻도 갖는다. ‘烈士(열사)’는 ‘강한 선비’, 즉 ‘기개가 강한 선비’를 뜻하고, ‘熱烈(열렬)’은 ‘뜨겁고 강하다’라는 말이 된다. ‘裂(열)’은 ‘列’과 ‘衣(옷 의)’가 합쳐진 글자다. 이 경우의 ‘列’은 ‘찢다’라는 뜻이므로 ‘裂’은 ‘옷이 찢어진 것’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따라서 ‘裂’의 기본적 의미는 ‘찢다, 찢어지다’가 된다. ‘分(분)’은 ‘나누다’라는 뜻이므로 ‘分裂(분열)’은 ‘나누어 찢어지다’라는 뜻이다. ‘龜(귀)’는 원래 ‘거북’을 나타낸다. 그런데 거북의 등은 항상 갈라져 있으므로 ‘갈라지다, 터지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균’으로 읽는다. ‘龜裂(균열)’은 따라서 ‘갈라지고 찢어지다’라는 말이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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