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1>政府(정부)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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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은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政府(정부)’란 무슨 뜻인가를 알아보자.

甲骨文(갑골문)에서 ‘政’의 의미는 ‘征伐(정벌)’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征伐’이란 옳지 못한 집단을 정의로운 집단이 공격한다는 뜻이다. 요즈음 말로 표현하자면 ‘정의로운 공격’이라는 뜻이다. 정의로운 공격이란 곧 상대를 바로잡는다는 의미가 된다. ‘政’은 이에서 출발하여 ‘바로잡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고, 글자의 모양도 복잡한 甲骨文의 형태로부터 간단한 ‘政’으로 고정되었다. ‘政’은 ‘正(바를 정)’과 ‘복(두드릴 복)’이 합쳐진 글자로서 ‘두드려서 바로잡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복’의 원래 모양은 ‘복’이지만 대개는 ‘복’으로 쓴다.

‘府’는 ‘엄(엄)’과 ‘付(부)’가 합쳐진 글자이다. ‘엄’은 ‘건물로서의 집’이라는 뜻이고, ‘付’는 ‘붙이다’라는 뜻이다. 어떤 곳에 붙이는 행위는 그곳에 더해 주는 것이고, 더해 주는 것은 곧 주는 행위가 되므로 ‘付’에는 ‘주다’라는 의미도 생겼다. 그러므로 ‘納(바칠 납)’과 함께 쓰인 ‘納付’는 ‘바치어 주다’라는 의미가 된다. ‘府’의 ‘付’는 이 가운데 ‘붙이다’와 ‘집’이 합쳐진 의미로서 ‘집에 붙어 있는 것’, 즉 ‘창고’를 나타낸다. ‘창고’는 집에 붙어 있는 부속 건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政府’는 ‘창고를 바르게 관리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이는 곧 나라의 재물을 잘 관리하여 백성을 먹여 살리는 기관이 바로 政府라는 고대 중국인의 인식을 나타낸다.

‘府’는 ‘창고’라는 의미 이외에 ‘가슴, 폐’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가슴이야말로 공기가 들어와서 온몸에 이를 공급하는 창고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chest’는 ‘가슴’을 나타내지만 ‘귀중품 등을 넣는 상자’를 뜻하기도 하며, ‘공공단체 등의 금고’를 뜻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 동서양이 모두 ‘가슴’을 ‘창고, 재물이 모여 있는 곳’으로 생각한 것 같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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