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2년 국내 프로야구 출범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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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 홈런으로 시작해 만루 홈런으로 저물다.’

1982년 3월 27일. MBC와 삼성의 경기로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프로야구 팬에게 이날 첫 경기만큼 많은 추억과 감동을 준 경우도 드물 것이다. 특히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MBC 타자 이종도가 삼성 투수 이선희에게 역전 결승 만루 홈런을 뽑아낸 장면은 아직도 ‘프로야구 명장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삼성 이선희는 같은 해 10월 12일 OB(현 두산)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에 또다시 김유동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무너져 ‘비운의 투수’로 불렸다. 당시 이선희는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로 명성을 날렸으나 이 두 방의 홈런을 맞음으로써 불명예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4년 동안 한국프로야구는 숱한 스타를 쏟아냈다.

OB의 간판 투수였던 ‘불사조’ 박철순은 원년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며 호투해 팀 우승에 공헌했다. 그러나 박철순은 이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제는 전설이 돼 버린 롯데 투수 최동원의 ‘원맨쇼’로 팀이 정상에 올랐다. 최동원은 7차전까지 이어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에 출전해 혼자 4승을 챙기며 소속 팀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1986년 10월 22일 대구구장 주차장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홈팀 삼성이 라이벌 해태(현 기아)에 역전패를 당하자 흥분한 대구 관중이 해태 선수단 버스에 불을 질러 시위 진압부대까지 출동했다. 이후 청와대까지 개입해 “대구구장에서는 경기를 하지 말든지 관중 없이 치르라”는 웃지 못할 명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프로야구라고 하기엔 보기 힘든 해프닝도 숱하게 벌어졌다. ‘불세출의 유격수’로 불리는 김재박은 MBC 시절 갑자기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러던 한국 프로야구가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강호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꺾고 6전 전승으로 4강에 올랐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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