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해, 뤼순감옥 뒤 야산에 매장 가능성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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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전 31세의 나이로 순국한 안중근(安重根) 의사. 여전히 차가운 이역 어디엔가 묻혀 있을 그의 유해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남북한이 20일 공동 발굴 추진에 합의하고 우리 정부가 방대한 관련 자료를 입수함에 따라 안 의사의 유해 발굴 작업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96년째 행방불명인 安의사 유해

안 의사는 1909년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뒤 현장에서 체포돼 이듬해 3월 26일 일본 점령하의 뤼순(旅順)감옥에서 사형을 당했다. 유족은 유해를 고국으로 모시려 했으나 일제는 사형수의 유해는 수인(囚人)묘지에 묻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래서 안 의사가 묻힌 장소는 뤼순감옥 수인묘지로 알려져 왔으나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 당시 뤼순감옥 소장의 딸인 이마이 후사코(사망)가 “안 의사 시신은 뤼순감옥 뒷문을 통해 운구돼 뒷산에 묻혔다”며 1911년 안의사 묘소 앞에서 추도회를 열고 찍었다는 2장의 사진을 최서면(崔書勉) 국제한국연구원장에게 제시하면서 새로운 단서가 마련됐다.

최 원장은 2004년 10월 현장을 답사한 결과 현재 중국 해군기지 군수기지창 내부의 야산 부근(북위 38도 49분 3초, 동경 121도 15분 43초)에 묻혔을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 후 지지부진했던 유해 발굴 작업은 지난해 12월 최 원장과 국민대 장석홍 교수,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도쿄(東京)를 방문해 총 4714장(마이크로필름 10롤)의 자료를 입수함에 따라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1906년 뤼순감옥 지도에는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되기 전 구체적인 건물 위치와 주변 상황이 기록돼 있어 매장지 확인 작업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 유해 찾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의 협조다. 현재 안 의사의 매장지로 추정되는 장소는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는 데다 바로 앞까지 3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들어서 있다.

매장지로 추정되는 일대를 파헤치기에 앞서 레이더 조사(지표 조사)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레이더 조사는 금속이나 돌 구조물이 있다면 유용하지만 유해만 묻혀 있다면 거의 소용없다는 것이 고고학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유해를 찾기 위해선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골라 직접 파 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화토가 많은 땅에선 50년 만에도 유해가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인근에 나무가 무성하면 뼈가 썩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무덤 추정지에서 유골이 발견되면 DNA 검사를 해야 한다. 현재 안 의사의 유일한 친손자인 안웅호(73) 씨는 미국에 살고 있으며 보훈처는 지난달 안 씨에게 DNA 검사에 필요한 시료 채취를 요청했다.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경우 모실 장소는 △안 의사의 가묘가 마련된 서울 효창공원 내 삼의사(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묘역 △안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형 집행 직전인 96년 전 초봄. 안 의사는 면회 온 동생들에게 “만약 유족의 손에 건네지면 하얼빈 공원 인근에 묻었다가 고국에 반장(返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고향에서 보내 온 조선복을 입고 가슴에 성화(聖畵)를 넣은 채 매우 침착하고 평상과 전혀 다름없이 깨끗이 죽음에 임했다’(일본 정부의 사형집행보고서)는 안 의사의 유해가 우리 품에 돌아올 날은 언제일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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