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461년 성 패트릭 영면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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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풀밭을 뒤지며 땅거미가 질 때까지 네 잎 클로버를 찾던 추억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다. 책갈피에 끼워둔 네 잎 클로버가 있어 누구에겐가 선물하고 싶다면 오늘이 적당할 것 같다. 3월 17일은 ‘성 패트릭의 날’이니까.

아일랜드인들은 이날 잘 말린 클로버 잎을 책장 사이에 끼워 선물한다. 외국 풍속을 따른다는 것이 어쩐지 찜찜하다면 그저 ‘마음의 양식’을 선물하는 데 의미를 두어도 좋다.

성 패트릭(385∼461)은 영국 웨일스 서부 해안에서 살았다. 열여섯 살 때 해적에게 잡혀가 노예가 된 그는 6년간 아일랜드 산비탈에서 양을 치며 하늘에 구원을 청하는 기도를 끊임없이 올렸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스물두 살 때 꿈에 나타난 천사의 인도를 받아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수도사 생활을 하던 그는 과거 노예 생활을 했던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에게 선교의 좋은 도구가 된 것은 아일랜드 들판에 지천으로 깔려 있던 토끼풀이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하나라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론’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잎이 셋 달린 이 풀을 들어보이곤 했다. 그는 마침내 아르마그 대성당을 건립해 이곳을 기점으로 아일랜드 전체를 기독교화 하는 데 성공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461년 3월 17일 영면했다.

매년 이날이면 아일랜드 거리는 온통 클로버 색깔인 초록색으로 변한다. 초록색 옷과 모자, 신발 차림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행진한다. 아일랜드계 이민이 많은 미국에도 이 전통이 전해졌다.

역사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면 3월 17일에 수많은 ‘패트릭’ 관련 정보가 떠 있다.

1991년에는 아일랜드 동성애자들이 처음으로 독자적인 성 패트릭의 날 행진을 펼쳤다. 1989년 뉴욕에서는 성 패트릭의 날 행진을 여성이 처음으로 대장이 되어 진행했다. 1973년에는 아일랜드 무장단체가 일으킨 ‘피의 일요일’ 참변을 추도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14개의 관(棺)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본디 ‘네 잎 클로버’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사랑하는 이에게 줄 선물로 특별한 것을 궁리하던 어떤 사람이 희귀한 네 잎 클로버 아이디어를 냈고 이게 제대로 먹혀들면서 ‘행운’을 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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