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경덕왕은 왜 왕비 쫓아냈나?…역사속으로 떠나는 여행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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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고운기 지음·양진 사진/764쪽·3만5000원·현암사

◇어린이 삼국유사 1, 2/고운기 최선경 원전 번역·서정오 글·이만익 그림/152쪽(1권), 144쪽(2권)·각 권 8500원·현암사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는 통일신라의 신문왕으로부터 경덕왕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왕비를 내보낸 출궁(出宮) 사건이 적혀 있다. 삼국을 통일하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때 왜 왕궁은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을까.

경덕왕은 즉위 2년 만에 왕비를 교체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왕비의 이름과 교체 이유가 나오지 않지만 일연은 첫 왕비 삼모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해 출궁당했음을 밝혀 두었다. 그런데 그 다음 궁에 들어온 만월부인은 15년이 지나서야 아들을 낳았다. 경덕왕은 왜 삼모부인에게만 인색했을까.

경덕왕의 할아버지 신문왕, 아버지 성덕왕의 출궁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유가 보다 또렷해진다. 할아버지 신문왕은 반역을 꾀한 장인 김흠돌을 처형한 뒤 왕비를 내보냈다. 아버지 성덕왕은 태자로 책봉까지 된 아들을 둔 왕비를 내보냈다. 3대에 걸친 출궁 사건의 배경에는 통일 이후 진골 세력들의 끊임없는 권력 투쟁이 있다. 강력했던 문무왕이 세상을 떠난 뒤 노골화된 권력 투쟁은 공을 다투는 이는 많고 새로운 통일 국가의 이념은 잡히지 않은, 몸집만 비대해진 신라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증거다. 먼 옛날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는 삼국유사 5부작을 써 온 저자 고운기(연세대 국학원 연구교수) 씨가 삼국유사를 삼국사기, 중국의 승전들과 비교하고 일연의 생애와 저술 의도를 꼼꼼히 분석했으며 삼국유사에 실린 이야기들의 현재적 의미를 성찰해 펴낸 역작이다.

삼국유사는 다른 책에서 보기 어려운 고대사의 중요한 사실, 찬란하고 풍부했던 고대 불교문화, 풍성한 설화를 고스란히 담은 보물창고다. 이 책에서 저자의 해설과 400여 장의 현장 사진은 삼국유사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꼭 유적지 사진이 아니더라도 수로부인 이야기 옆에 실린 벼랑 틈새에 핀 진달래처럼 적절한 사진 배치는 이야기에 육감을 부여한다. 2002년에 초판이 출간됐고 유적지를 담은 DVD를 포함해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함께 출간된 ‘어린이 삼국유사’는 전문 연구자의 원전 번역을 바탕으로 삼아 서동요 처용가 헌화가 만파식적 등 어린이가 삼국유사와 친해지는 데 적당한 이야기 28편을 가려 뽑았다. 옛이야기 작가인 서정오는 설화를 할아버지가 들려주듯 정감 있는 입말로 풀었고 이만익의 판타지 그림도 정겹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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