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66년 ‘인구론’ 저자 맬서스 출생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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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론’의 저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 그는 유토피아를 꿈꾸던 공상주의자들의 낭만적인 꿈을 앗아 갔다.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르지 못해 인류가 기아에 허덕일 것이라는 그 유명한 묵시록 ‘인구론’은 1798년 출판됐다.

세기말이었다. 다음 세기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엇갈릴 법도 한데 당시 유럽 사회에는 방만한 낙관주의가 넘쳤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이었다. 모두가 골고루 행복하고 평등해지는 보편적 풍요와 평화의 세계가 온다는 믿음, 인류는 진보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 학자들은 미래를 장밋빛 환상으로 색칠했고 사람들은 터질 듯 들떠 있었다.

맬서스의 이론이 파티장의 음악 소리를 멈춘 꼴이었다. 그대들에겐 어둡고 부족하며 가난하고 굶주린 미래가 있을지니….

18세기 유럽의 인구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국부(國富)와 같은 의미였다. 많은 인구는 강력한 군사력의 원천이자 값싼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식의 사회복지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그의 주장은 이상주의자와 개혁주의자를 격분시켰다.

“비열하고 수치스러우며 자연과 인류에 대한 반동적 작태다.”(프리드리히 엥겔스)

낙관론이 넘실댈 때 반기(反旗)를 들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맬서스라는 이름은 지금도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대명사다. 그는 실재하는 통계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냈고, 인구 문제에 과학적 분석 방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인물로 꼽힌다.

맬서스는 1766년 2월 14일 영국 서리에서 태어났다. ‘인구론’은 오늘날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초판은 익명으로 나왔다.

오늘날 일부 빈국(貧國)의 상황은 그의 이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거꾸로 출산율이 떨어져 고민인 나라도 상당수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맬서스가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 다소 억울하지 않을까. 유통기한이 짧고 파급 효과도 덜했던 이론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오히려 현실을 외면한 이상은 공상일 뿐이라는 그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 아닐까.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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