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지식전람회 시리즈(총 7권)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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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전람회 시리즈(총 7권)/최정선 외 지음/176∼192쪽·각권 9000원·프로네시스

신라인들의 사랑은 탐미적이다. 그들은 현실의 모든 경계와 죽음의 심연을 초월하는 사랑을 추구했다. 신라의 최고 미인 선화공주를 얻기 위한 용기 있는 백제 젊은이 서동의 전략은 다름 아닌 ‘노래’였다. 공주를 힘으로 납치한다든가, 아니면 서양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왕에게 직접 찾아가 내기를 신청하는 것과 같은 무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지략을 썼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배우자가 있는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치며 마음을 얻은 노인의 전략은 또 어떠한가. 상대방을 감탄하게 하는 노련미와 원숙한 기술이 보통 수준을 넘어선다. 귀신도 탐을 낼 정도로 빼어난 미인이었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처용은 화를 내지도 않고, ‘본디 내 것이건만, 빼앗긴 걸 어찌하릿고’라고 노래한다. 결국 그는 아내의 몸에 들어온 사악한 악령을 ‘용서와 화해’라는 고차원의 정신세계로 감싸 안음으로써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데 성공한다.

‘신라인들의 사랑’(최정선 지음)은 향가와 설화에 기록된 신라인들의 탐미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은 프로네시스 출판사가 기획한 ‘지식전람회’란 시리즈 중의 한 권. ‘지식전람회’는 철학, 역사학, 경제학, 윤리학, 미술사, 문학, 의학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 내용을 ‘지적 체험의 전람회’처럼 펼쳐놓는다. 때로는 역사를 모세혈관처럼 미세하게 파고들기도 하고, 인근 학문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연계할 수 있는 지적체험을 하게 해 준다.

‘원통함을 없게 하라’(김호 지음)는 조선시대의 살인사건 수사에 이용됐던 옛 법의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유교문화를 통해 도덕 사회를 이루고자 했던 조선사회 역시 사람들의 욕망이 부른 살인사건이 부지기수였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고 죄인을 가리기 위해 과학수사 기법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던 ‘검안’이라는 조선시대 살인사건 관련 고문서와 조선시대 법의학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무원록’, 정약용이 펴낸 ‘흠흠신서’에 나온 실제 살인사건의 사례를 바탕으로 조선 법의학 체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시도한다.

이 밖에도 ‘계몽의 시대와 연금술사 칼리오스트로 백작’(박승억 지음)은 연금술사 칼리오스트로를 통해 이성의 시대라 불리는 18세기 계몽주의 사회를 재조명하고, ‘구멍 뚫린 두개골의 비밀’(최석민 지음)은 21세기의 ‘신대륙’으로 꼽히는 뇌 과학의 미래를 설명해 준다. ‘경제와 역사, 그들의 동반 여행기’(최상목 지음)는 경제학의 다양한 이론을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통해 설명해 주며, ‘인간 생명의 시작은 어디인가’(최경석 지음)는 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싼 윤리학적 논쟁을 다루고 있다. ‘세상은 연꽃 속에’(배진달 지음)에는 우리 문화재 속에 담긴 불교미술의 매력이 소개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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