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문화예술 전문채널 아르떼TV 황항구 사장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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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할 거 같아서 시작했죠.”

문화예술 전문 케이블 위성TV 채널 아르떼TV의 황항구(51·사진) 사장은 “돈만 까먹는다”는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문화예술 채널에 손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자신이 운영하던 여성 전문 케이블 위성TV 채널 ‘Me TV’를 ‘아르떼TV’로 이름을 바꾼 뒤 연극 클래식 뮤지컬 무용 등 무대 공연을 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케이블TV의 문화예술 전문 채널이었던 ‘코오롱A&C’ 등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사라진 뒤 씨가 마르다시피 했던 문화예술 채널의 부활이었다.

현재 아르떼TV의 시청률은 위성 스카이라이프 74개 채널 중 60위 전후. 그러나 방송위원회가 지난해 말 아르떼TV를 문화예술분야의 공익채널로 선정한 후 황 사장은 부쩍 지방출장 등으로 바빠졌다. 같이 공익채널로 선정된 10개 채널 중 일부를 케이블망(SO) 사업자가 편성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아르떼TV를 틀어 줄 확률이 높아진 것. 아르떼TV는 20일부터 서울 강남SO와 디지털케이블채널을 통해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외국 유학을 하고 돌아온 예술가도 설 무대가 너무 없어요. 자기 돈 들여 비싼 공연장을 대여해야 하는데 실제 관객은 얼마 안 되죠. 그래서 아르떼TV가 ‘TV 객석’ 같은 코너를 만들어 일정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공연할 수 있는 ‘열린 무대’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는 전문채널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제작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릴 생각이다. PD, 카메라, 작가를 포함한 5개 팀을 꾸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이들 중 한 팀을 공연장에 내보내 1주일에 2번은 생중계를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메라 5대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중계용(SNG) 차량을 구입했고 생중계를 위한 위성 사용료도 매달 2000만 원씩 내고 있다.

현재 아르떼TV의 수입은 보잘것없다. 채널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인포머셜’(케이블TV에 나오는 긴 광고)도 중단했다. 매달 인건비 운영비를 합치면 1억여 원이 적자. 그가 운영하는 홍보영화와 기업 광고 전문 외주제작사인 ‘미디어랩’의 수익과 사비 수천만 원을 매달 아르떼TV에 쏟아 붓고 있다.

“사람들이 공연 무대를 찾지 않는 건 그만큼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TV 등 대중매체가 순수예술을 접촉할 통로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해요. 순수예술이 언젠가 대중매체의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 시장)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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