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바다가 만든 珍味 ‘통영 굴’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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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앞바다 청정해역의 굴 양식장. 부표 아래 수중에 늘어뜨린 줄에 붙어 자라는 수하식 통영 굴은 서해안 굴 보다 플랑크톤 섭취량이 많아 알이 굵다. 통영=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통영 앞바다 청정해역의 굴 양식장. 부표 아래 수중에 늘어뜨린 줄에 붙어 자라는 수하식 통영 굴은 서해안 굴 보다 플랑크톤 섭취량이 많아 알이 굵다. 통영=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세상도 입맛도 변하지만, 제철 음식의 제 맛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만큼 절경(絶景)과 진미(珍味)가 어우러지는 곳도 드물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이 있듯,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은 그만큼 풍성하다. 제철 제맛을 찾아가는 ‘길 따라 맛 따라’를 격주로 연재한다.》

낮 12시 경남 통영시 동호항의 굴수협공판장. 어민들이 트럭에 싣고 온 굴 상자(10kg)가 어른 어깨 높이로 쌓이며 200여 평 공간을 메운다. 모두 이날 새벽 엄동설한의 바다에서 채취해 알맹이만 포장한 굴이다.

12시 30분. 경매 사이렌이 울렸다. 경매인 김성현 씨가 중매인 10여 명을 상대로 긴 추렴을 넣어 가며 주관한다. 이후 40분간, 굴은 제각각의 가격에 낙찰됐다.

“올게(올해)는 12월에도 굴 값이 좋았지예(높다는 뜻). 작년 카몬(같으면) 즌작(진작)에 떨어졌을 낀데. 와예? 올게는 기생충 파동 카메(때문에) 김장 당구는(담그는) 사람이 마카 늘어 이레 가격이 안 떨어졌지예.”

연말 통영에서 만난 굴생산 어민의 말이다. 사철 바다에서 굴을 키우며 사는 이들. 그 삶은 억센 사투리만큼 거칠다. 수협 지도선을 타고 굴 양식장을 찾았다. 물 속에 늘어뜨린 줄에 굴을 매단 하얀 부표 수백 개가 도열하듯 쪽빛 남해를 장식했다. 그 풍경이 설치미술작품 같은 기하학적 미를 선보인다. 그러나 채취 현장은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목가적이지는 않다. 거대한 세척기가 더덕더덕 줄에 붙은 석화를 물 위로 끌어내 굴 까기에 알맞게 껍데기를 잘라 작은 석화로 만들고, 굴착기는 그것을 운반선에 옮겨 실었다.

그래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세척기가 끌어낸 석화의 줄을 골라주고 세척된 굴을 굴착기가 푸기 좋게 모아주는 등 모두 6명이 추위와 싸우며 일했다. 석화는 육지의 굴 까기 작업장에 옮겨지고, 그것이 하루 두 차례 경매를 통해 전국 각지에 배송된다.

통영에서 굴은 ‘꿀’이다. 발음도 그렇고 맛도 그렇다. 발음은 진짜 꿀(honey)과 구분할 수 없다. 굴의 제철이 언제냐는 질문에 한 중매인의 대답. “꿀예? 지금 아입니꺼. 크기가 요마이(이만)할 때가 알도 통통하고 맛도 좋아 묵기가 좋지예.”

‘남자가 남자 됩니다. 여자가 여자 됩니다.’ 수협공판장 벽에 붙은 포스터 문구. ‘굴이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줄리우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등 정력적인 남자들이 굴을 즐겨 먹었습니다. 강장 강정의 근원으로 알려진 글리코겐, 성호르몬을 활성화해 주는 아연을 풍부하게 함유한 알이 굵은 참굴-남자를 위해 좋은 스태미나 식품입니다.

여성에게 좋은 점도 그 옆 포스터에 이렇게 씌어 있다. ‘클레오파트라 같은 세기의 미인들이 굴을 즐겨 먹었습니다. 멜라닌 색소를 분해해 살결을 하얗게 해 주고 저칼로리의 영양식으로 비만을 막아 주는 한려수도 청정해역의 참굴-여자를 위해 좋은 건강 미용식품입니다.’

완전식품이라며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 그러나 과학적 분석이 없었던 옛날에도 통영 사람들은 굴의 효용과 가치를 알고 있었다. ‘어부 집 딸은 까매도 굴집 딸은 하얗다’는 통영의 옛말처럼 옛 왕실 여인들은 굴을 독차지하려 했다.

그래서일까. 통영시내 굴 요리 전문식당 ‘굴향토집’의 여주인 문복선(51) 씨는 중년답지 않게 피부가 곱다. “꿀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더. 다듬고 보관하고 요리하고…. 근데 여(이곳은)는 토영(통영) 사람 카몬(보다는) 외지 사람이 더 많이 찾습니더.”

생굴에서 ‘쩍’(굴 껍데기 부스러기)을 골라내고, 금방 해먹어야 제 맛이 나는 굴을 직접 요리하기 위해 종일 주방을 지키는 문 씨의 말이다.

○ 여행정보

통영(統營). 그 이름에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의 역사가 녹아 있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준말이다. 해군사령부 격인 통제영이 있던 곳이 통영 앞바다의 한산도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해안과 섬,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운 통영. 그 풍치를 짚자면 지방도 1021호를 따라 달려야 한다. 통영대교를 건너가면 미륵도. 해안의 도남관광단지에 이르면 유람선 터미널이 보인다. 한산도 매물도 등 한려수도 뱃길 여행도 즐기고 터미널 2층 식당가에 들러 창밖의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그 길로 남행하면 미륵도 남단. 산꼭대기만 남겨 두고 물에 잠긴 것처럼 점점이 바다를 수놓은 한려수도의 섬들. 이를 보기에는 달아공원과 통영수산과학관만한 곳이 없다. 주차장 시설도 좋다.

▽찾아가기= 지난달 대전통영고속도로(208.9km)가 완공됐다. 서울기준 편도 4시간 반. ▽맛집 △굴향토집(www.tyoyster.co.kr)= 경남 통영시 무전동. ‘향토 풀코스’(1인분 2만 원)를 주문하면 8가지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추석, 설날만 쉼. 055-645-4808, 055-643-4808 △통영 생굴 맛보기: 생굴전국유통(대표 신종철)이 통영유람선터미널 입구에서 생굴을 직판하고 전화주문 택배 판매도 한다. 011-864-2017, 011-557-7154

▽패키지여행

통영에서 굴밥을 먹고 예쁜 등대가 있는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유람선으로 여행하는 하루 일정. 매주 토 일요일에 출발(서울), 5만5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통영=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맛-영양 만점… 해독기능 탁월▼

통영의 굴 전문 식당인 ‘굴향토집’ 굴전(왼쪽)과 생굴회.

알파벳 ‘R’자가 들어가지 않은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599년 유럽에서 발간된 책 ‘집사의 식사지침’에서 유래한다. 5∼8월은 굴의 산란기 전후로 방란과 방정으로 인해 굴의 맛도 떨어지는 데다 상하기 쉬운 여름철이니 조심하라는 경고다.(굴향토집 홈페이지www.tyoyster.co.kr 참조)

굴의 효능은 매우 뛰어나다. 부산 수산대 김성봉 교수가 쓴 글 ‘굴의 과학’을 정리하면 이렇다. 굴은 비타민A 함량이 쇠고기의 8.17배나 된다. 인체에서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글리코겐의 함량이 많으며 간장의 해독 기능을 강화하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굴 요리는 다양하다. 생굴을 초장에 찍거나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생굴회,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굴칼국수, 굴 껍데기째 석쇠에 굽는 석화구이, 유자로 맛을 낸 굴을 채친 배와 참나물을 넣고 버무린 굴 배생채, 생굴을 계란에 묻혀 지지는 굴전 등….

‘굴라면’과 ‘굴삼겹살’도 있다. 라면에 생굴 두어 개를 넣고 끓이면 국물 맛이 범상치 않다. 굴삼겹살은 불판 가장자리에다 생굴을 놓고 함께 구워 먹는 것. 통영 시내에 몇 곳이 있다.

굴은 냉동시켰다가 먹어도 제 맛을 잃지 않는다. 경매사 김성현 씨는 “수출하는 통영 굴은 대부분 냉동한다”며 “맛과 영양분이 크게 훼손되지 않으니 신선한 굴은 냉동해 두고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통영 사람들은 생굴회 초장을 고운 고춧가루로 만든다. 깔끔한 굴맛을 살리는 데는 텁텁한 고추장보다 칼칼한 고춧가루가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알림:

등산 및 출조 안내표를 등산 및 낚시 연합회의 홈페이지와 전화번호로 대체합니다. 이곳에서는 등산 및 출조 일정을 종합 게시하고 있습니다. △한국등산중앙회: www.kmla.co.kr, 02-2274-7710 △한국등산중앙연합회: www.sanak114.co.kr, 02-2275-6218 △한국낚시연합: 02-2235-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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