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8년 美소설가 스타인벡 사망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9분


코멘트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3시간쯤 남쪽으로 달리면 닿는 몬터레이 반도. 심한 굴곡의 해안선 너머로 넘실대는 짙푸른 태평양, 그 옆 송림 사이로 절경이 이어지는 17마일 드라이브 코스와 세계적 명성의 페블비치 골프장…. 세계적 관광 명소인 이곳의 어시장 앞에서 흉상 하나를 볼 수 있다. 바로 이 지역에 살며 세계적인 문학의 금자탑을 세운 존 스타인벡(1902∼1968)이다.

196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타인벡은 몬터레이 바닷가에서 내륙 쪽으로 조금 떨어진 샐리너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실제로 그의 많은 작품에는 샐리너스 계곡과 몬터레이 바닷가가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농장 일을 거드는 등 고학으로 스탠퍼드대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학자금 부족으로 중퇴하고 막노동으로 생계를 잇다가 문학에 투신했다.

그는 사회의식이 강한 작품과 휴머니즘이 넘치는 온화한 작품들을 집필했다. ‘에덴의 동쪽’에는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타 죽게 한 악의 화신인 캐시, 그녀의 유혹을 받아 결혼하는 아담, 그리고 그들의 쌍둥이 아들 아론과 칼이 등장한다. 캐시의 사악한 행위는 아담을 유혹하는 뱀에, 아론이 전사하는 장면은 카인과 아벨의 ‘형제 살상’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엘리아 카잔 감독이 1955년에 영화로도 만들었다. 당시 청춘의 우상이었던 배우 제임스 딘이 쌍둥이 형제 중 악역 칼로 나와 반항적이고 난폭한 모습을 보여 줘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원죄를 짊어진 인간은 선과 악, 애(愛)와 증(憎)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이 갖는 권리다. 인간은 자기 행위의 인과(因果)를 예지하는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연과학이 발전해서 배아복제 줄기세포로 수명을 늘리고 불치병을 정복한다고 해도 이기심과 미움의 인간 원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생명공학계의 공방은 ‘에덴의 동쪽’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스타인벡은 1968년 12월 20일 뉴욕에서 심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