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공학 교수 김필규씨 성악 입문 2년만에 독창회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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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 교수의 열정 앞에 ‘하이체(두 옥타브 높은 음자리 도)’도 무릎을 꿇었다.

3일 오후 8시 대전시민천문대 공연홀. 대전 한밭대 정보통신컴퓨터공학부 김필규(金必圭·61·사진) 교수가 환갑을 앞두고 성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첫 독창회를 가졌다.

“오늘처럼 아리아(오페라의 독창가곡)만의 음악회는 처음이에요. 아리아는 고난도라 프로 테너도 많아야 3, 4곡을, 그것도 쉬운 곡과 섞어 부릅니다. 또 오늘 곡에는 ‘마(魔)의 음역’ 하이체가 4번이나 나옵니다. 무모하다고 말렸지만 교수님이 고집해….”

사회를 맡은 김성준(金成俊·36) 씨는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10년을 유학한 프로 성악가로 1999년 나폴리 알바네제 콩쿠르에서 ‘올해의 테너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기술고시에 합격해 조달청 사무관(1972년), 과학기술처 원자력개발과장, 기계연구조정관, 빈 주재 과학관, 대통령과학비서관, 국립중앙과학관장(1급·1999년), 한밭대 교수 등을 두루 거쳤다.

“2003년 말 집에서 ‘그대의 찬손’을 불러 보았어요. 그 순간 정신없이 살다 보니 좋아하던 음악도 못해보고 벌써 환갑을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는 이를 지켜보던 딸의 권유로 애창곡 CD를 만들기로 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CD를 수백 번씩 들으며 홀로 연습하는 한편 음정을 다듬기 위해 한밭대합창단과 평생교육원 성악과정에 등록했다.

딸이 CD에 넣어 달라는 네순도르마(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의 고음을 연습하다 목에서 피가 났다. 가족이 만류하자 승용차 등을 전전하며 연습을 계속해 3월 CD ‘열정’(14곡)을 냈다.

“라이브 독창회를 가져야 진정 성악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반은 기계 조작에 의존하고 잘된 곡만 수록하잖아요.” 그의 목표는 독창회로 굳어졌다. 노래를 부르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기억력도 향상됐다는 김 교수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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